원은 부서지지 않는다 - 미래를 향한 말타기 - 미국 원주민들의 아름다운 도전과 희망
손승현 글.사진 / 고래뱃속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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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읍에 단 한군데 있던 극장에서 목도했던 인디언(아메리카원주민)은 (극장이 만원인데다 무척이나 더워서였을까)예나 지금이나 무척이나 만나기 힘든 대상이었던 것 같았다. ‘빤스’ 가 젖을 정도로 땀을 흠뻑 흘린 후에 극장에서 벗어난 후 기억나는 감흥은 그들이 이미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과 꽤나 목가적인 흥취를 뽐내고 있었다는 것 따위 뿐 이었다.

토인비의 말처럼 이미 멸망(엄밀히 하면 고사 직전인)한 채 응전의 역사를 실패의 역사로 되돌린 그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이 책을 읽고 난 후다. 속옷이 젖진 않았지만 빤스 따위와 시골 만원 극장의 불쾌함과 뒤섞여 기억되기에는 그들에게 닥쳤던 잔인한 도정은 미치광이 나찌 독재자의 학살만큼이나 스펙타클했다.

기억되서는 안되는 사실들과 인류의 찬란한 문명을 위한 주검이란 항목으로 포함된 아메리카 원주민은 이제껏 단지 철 지난 영화 시나리오와 황야의 시체 1.2에 머물렀을 뿐이다.

줄기차게 써 먹던 제국주의란 수사가 미국의 대표명사로 인식될 만큼 클리셰로 전락해버린 오늘에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의 태도는 매우 긍적적으로 유효하다. 고발에 지친 대중이 알아야 될 것이 또 있는가 역정을 내는 현 상황 속에서 소리 지르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지만 과연 우리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하는가 고민하게 한다. 대상을 재현하는 흥미로운 방식을 위해 고안해 낼 것이 거의 남지 않은 동시대에 대상이 재현되지 않는 곳으로 향한 채 최소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저자의 태도는 어찌 보면 미국인이 아니기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d이처럼 아무런 근거 없는 이유로 원인을 규명 할 만큼 이 책은 아메리카 인디언 만큼 생소하다. 

책에 언급된것 처럼 차가운 물속을 걸어야만  그들은 재현 될 수 있고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장고와 아파치 추장, 케빈 코스트너와 인디언 따위의 표현이 아니라 아직은 여러모로 불완전 하지만 그들은(물론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서쪽 대륙의 원주민'이란 온전한 이름으로 불리어져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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