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게
제니 재거펠드 지음, 황덕령 옮김 / 리듬문고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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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책 표지 디자인에 강하게 이끌릴 때가 있다. 바로 이 책처럼 말이다. 내가 요즘 빠져있는 파스텔 톤의 핑크색과 하늘색의 조화. 즐거운 곳에만 있을 것 같은 비눗방울과 여자 아이의 잘 모르겠는 저 포즈. 그리고 강한 느낌의 제목. 슬픔이나를 집어 삼키지 않게.

'집어 삼키다'라는 표현은 무엇보다 강하게 다가온다. 슬픔에 의해 내가 압도되는 느낌이다. 어떤 슬픔이 나를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중요한 시험에 떨어졌을 때? 누군가와 이별을 해야 할 때? 주인공 사샤는 11살이란 어린 나이에 엄마가 우울증으로인해 자살로 세상을 떠나고, 힘들어한다. 아직 나는 살면서 겪어본 적이 없는 슬픔의 종류라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안 간다. 사샤는 자신이 힘들어하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기 나름대로 수많은 노력을 한다. 아빠에게 힘든 것을 내색하려 하지 않고, 숨기려고 한다. 감정 표현을 최대한 억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샤 본인은 엄마처럼 아빠가 위로해야 하는 존재가 되기 싫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어린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억제하는 것이 건강한 #심리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샤는 책의 초반부에 엄마가 삶에 실패한 사람이라, 엄마가 했던 것들을 반대로 행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머니가 긴 머리를 가졌기에 자기는 머리카락을 다 잘라버리고 싶어한다. 엄마가 딸 하나를 키웠는데 그게 대 참사라고 생각하며 살아있는 것을 키우지 않고 싶어하고, 책 읽지 않기 등 자신의 규칙을 만든다.

그래서, 바로 그래서 난 울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해 울기를 거부한다. 그럼에도 가끔 눈물이 난다. 그럴 때는 정말 싫다. 그럴 때마다 참는다. 눈물을 도로 넣으려 안간힘을 쓴다. 참고 참고 또 참는다.

p71

아빠는 사샤의 이런 상태를 보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 함께 상담을 받으러 간다. 사샤는 정신과 의사가 자신을 문제있는 아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 생각하는 게 싫어, 너무나도 과도하게 오버해서 밝은 척을 한다. 의사가 진료실 내부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세서 "빛이 강하죠!"라고 한 마디를 하는데, 사샤는 그에 대한 답으로 "빛이 강한 게 나쁘지 않죠. 왜냐하면 전 밝고 정상적인 아이로서 해와 같이 밝은 빛, 따뜻한 것이면 다 좋아하니까요."라고 말한다.

자신이 슬프다는 사실을, 힘들다는 것을 자기도 알고 있는데 처절하게 숨기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슬펐다.

밝은 아이들은 해를 당연히 좋아하겠지? 그렇지? 그림을 그리라고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해를 그릴 텐데. 붉은 집도, 놀고 있는 행복한 아이도.

사샤는 사람들을 웃게하는 '스탠드 업 코미디'를 하고 싶어한다. 그녀의 어머니가 항상 우셔서, 자신은 그렇게 되기 싫은 마음에 그랬을까. 아니면 아버지를 더 이상 슬픔의 나락에 빠지게 하고 싶지 않게 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에 그랬을까. 분명한 건 사샤는 정말 따뜻한 아이임에 틀림없다.

이 소설 원작에 대해 찾아보니 원제는 <코미디 퀸>이었다. 제목에 걸맞게 책의 후반부에서 그녀는 스탠드 업 코미디 무대에 서게 되고, 자신의 무대를 보며 웃는 아빠를 보고 행복해한다.

그리고 난 아빠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아빠의 따뜻하고 유쾌한 웃음소리! 난 아빠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무대 조명에 적응이 되어 아빠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빠는 얼굴 전체로 웃고 있었다. 모든 근심 걱정의 주름살은 사라지고 웃음의 주름살만이 남았다.

p201

어린 아이가 접한 자살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을 이보다 유쾌하면서도 슬프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가 있을까. 책장이 자연스럽게 훅훅 넘어가는 만큼, 내 마음 속에 사샤에 대한 안타까움도 커졌다. 11살의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모든 일들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사샤의 넘치는 끼와 똑똑함을 느끼면서, 이 아이는 곧게 성장할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도 느꼈다.

세상 살이에는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인생 곡선 그래프는 위 아래로 출렁이기 마련이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앞으로 자신들이 살아가야 할 생에서 만날 슬픔들을 어떻게 대처할 지 조금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슬픔도 나를 집어삼키지 않게 나도 내 스트레스, 슬픔 관리에 힘써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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