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백사혜 지음 / 허블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사혜의 연작소설집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답다》는 초월적인 지배계급 ‘영주’의 세계를 배경으로, 우주라는 확장된 공간 안에서 인간 욕망의 끝자락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이다.

‘영주’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있다. 가진 자, 절대 권력자, 초월적인 지배계급. 그들은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고, 파괴할 수도 있다. 마치 신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신이라는 존재는 사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른다. 영주는 인간 위에 군림하지만, 그 욕망은 철저히 인간적이다.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 가장 완전한 권능, 그것을 위해 그들은 끝없이 세상을 지배하고 변형한다.

연작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우주라는 확장된 배경 속에서 인간의 욕망, 권력, 폭력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기술이 발달하고 문명이 진화해도, 결국 인간을 움직이는 건 근원적인 감정, 추악할 정도로 날것인 욕망이다.
각 단편은 독립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으면서도 이야기 조각이 서로를 통과하고 스며들며, 하나의 큰 서사를 만들어낸다. 특히 첫 단편에서 던져진 인물의 파편은, 다음 이야기에서 또 다른 인물의 배경이 되거나, 상처가 된다. 그래서 이 연작은 서로간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서도 전체 소설을 목적을 향해 질주한다.

이 소설에서 ‘영주’는 신과도 같은 존재다. 그들은 모든 것을 창조하고, 파괴할 수 있으며, 욕망에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다. 그들의 세계는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무료하고, 그 무료함을 이기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이 바로 ‘아름다움의 추구’다.
이때의 아름다움은 단순한 미적 기준이 아니라, 극한의 통제와 자기 과시에 기반한 폭력적인 욕망의 발현이다. 소설은 이 지배계급의 초월성과 그 허망함을 정교하게 대비시킨다.
하지만 인간이 우러러 보는 신은 사실 인간에 의해 탄생하였다. 인간들의 욕망이 정제되고 취합되어 만들어진 궁극의 초월자는 결국 신을 믿는 인간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허를 찌르는 숨겨진 뜻이 존재한다.

그리고 지배계급의 초월성과 그 허망함의 지점에서 소설의 핵심적인 역설이 드러난다. 완벽한 존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실은 가장 불완전하고 가장 낮은 곳에서 생존하는 자들의 투쟁 속에서 빛난다.
영주들이 그렇게 갈망하던 절대적 아름다움은, 스스로의 잉여로부터가 아니라 무너지고 찢긴 존재들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연대의 감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답다》는 SF라는 장르를 통해 사회적 폭력, 권력의 본질,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정밀하게 비판하면서도 그 감정의 결을 거스르지 않는다.
정제된 언어와 감각적인 묘사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삶이 끝장나기 직전까지 붙잡으려는 손짓을 인간 내면의 가장 작고 조용한 저항과 무너진 자들끼리 나누는 연대의 몸짓을 고요하게 보여준다.

이는 단지 장르적 성취가 아니라, 문명 이후의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계속해서 인간일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사유다. 그들이 보지 못한 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꺼지지 않은 불완전한 존재들의 시간이며 그 밤은 그렇게, 아름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