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말고 기름을 빼낸 참치에 마요네즈에 버무렸다. 파래김을 꺼내어 찬밥 한 덩이를 펼치고 참치를 얹고 꼭짜서 참기름에 조물조물 무친 갓김치를 얹어서 김밥을 쌌다. 김밥을 하나씩 입에넣고 우물거리며 다시 책을 읽기시작했다.표지부터 귀여운 따뜻한 책은 가볍다기보단 편안한 책이었다. '울다가도 배는 고프고'라는 제목처럼 배고픔은 사실 살아가다 느껴지는 허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먹는걸로 괜찮아지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마음의 허함은 먹으면서 달래지기도 하는 것이랄까.사계절로 구별되는 이야기는 여러가지 음식들로 각 챕터를 채우고 있다. 그 런 하나씩 글을 채우고 있는 음식에는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도, 마음을 토닥여주는 시간도 들어가있다. 그렇기에 하나의 음식과 함께 어우러지는 이야기들은 묘하게 마음을 노곤하게 해준다.책을 읽다말고 배가 고파졌고, 간단한 음식을 찾아먹기보다는 무언가 손이가는 음식을 먹고 싶어졌다. 손이 가는 음식, 손이 가는 것은 결국 나를 챙겨가는 시간이다. 책을 읽으며 나를 챙겨주고픈 마음이 솟아난다.귀여운 책표지와 달리 책의 내용은 단아하다. 무언가를 가르치려하지않고, 감동을 꾸며내지않는다. 보통의 삶의 일상적인 이야기. 과하게 인생에 대해 논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냥 '사람사는게 다 그런거지'하는 생각이 들기에 봄볕에 앉아서 무던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시간이다.글을 읽다보면 깊이가 다르게 분포되어 있던 생각들이 한 곳에 모여든다. 재잘재잘 먹어가며 각각의 생각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먹다보면 '그래 이렇게 살다보면 또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기다릴거야'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가게 된다.식재료가 남아버리는 것을 뉘우치는 것도,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도, 지인과의 투닥거림의 상황도 결국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기분이다. 배달음식의 자극에서 집밥을 찾는것처럼 글에서의 자극을 뺀 기분은 느긋해짐을 허락받은듯하다.또한 중간중간 등장하는 작가의 채소예찬은 묘하게 중독성있다. 특히 가지볶음을 읽으면서 가지만의 그 맛과 향은 누릴수 있는 자만이 아는듯 잠시 혼자 입맛을 다셨다. 텃밭에서 바로 딴 야채를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안다. 한여름 태양열에 달구어진 막 딴 야채로 무언가를 요리할때 느껴지는 쾌감. 그리고 신선함을 머금은 그 맛은 요리의 능숙도와 다른 그것만이 주는 행복한 맛이 있다. 그렇게 나의 기억까지 끄집어내는 문장들을 읽어가며 에세이가 주는 행복함. 나만의 기억을 끌어내는 문장들의 노크가 즐거움을 자아내는 책이었다.🔖무던히 애쓰지 않아도 만족감이 차오른 이들의 삶을 보면 흐린 아침도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로메스코소스 중🔖내면의 '환기' 버튼을 누르는 것도, 감정의 이 끝과 저 끝을 잡아 구김을 정리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결국 나의 몫이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건 기준 없이 더 큰 것을 바라는 마음을 지그시 누르거나 단속하는 일일 것이다. -참치열무비빔밥 중🔖우리가 어떤 음식에 이끌리는 건 허기짐 때문이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작용이 아닐까. -나폴리탄 중🔖어떤 관계와 사람에 의해 내 존재가 마모된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런 감정의 일렁임은 새 물건에 생활감이 깃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살아가면서 겪는 태연한 변화일 것이다. -당근라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