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렌지모텔 ㅣ 현대시세계 시인선 72
배선옥 지음 / 북인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또 하나의 좌절감을 맛본다. 일여 년 동안 4번째로 도전한 시집이다. 밀려오는 폭풍우의 먹구름을 보면서도 대비책 하나 없이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있다가 흠뻑 젖고 나서야 오들오들 떨며 후회하는, 똑같은 실패와 좌절감만 되풀이하는 멍청이도 상멍청이 꼴이다. 실력도 안되면서 무작정 시집에 왜? 대드는지 모르겠다. 시에 대한 나의 실력은 초심자 중의 초심자인 것만 다시금 절감한다. 얼핏 보면 잘 쓰긴 잘 쓴 것 같다. 그런데 이 단어들이 왜? 있어야 하는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해가 안되니 진도도 안 나가고, 기껏해야 100여 수도 안되는 시집 한 권 통독하는데 두꺼운 철학 책 한 권 읽는 것처럼 힘이 든다. 얄팍하기만 한 책만 덮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느려터지기만 한 진도에 글자만 읽기로 페이지를 막 넘기도 해본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시 읽기로 되돌아온다. 다잡은 마음으로 정독을 시도해보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거부, 거부뿐이다. 답답한 마음에 뒷부분의 해설부터 읽는다. 어! 이것을 이렇게 이해와 해석도 하는구나!를 느낀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하는지 공감은 되지 않는다. 해설을 읽는 것 그 자체도 나에게는 어렵기만 하다는 것만 알게 될 뿐이다. 해설에서 언급한 시들을 찾아 두 눈을 부릅 뜨고 한자 한자 뜯어 본다. 역시나 이해는 무리다. 이제는 기분이 슬슬 나빠지기 시작한다. 몇 자 되지도 않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실력에 아주 심하게 기분이 상한다. 어찌 보면 살아온 동안 쭈~욱 시란 것과 담을 쌓고 살았으니 이해를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이것을 수긍하지 못하는 나 자신도 이상하기만 하다. 시에 관한 것부터 사전 지식을 쌓고 아주 쉬운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처럼 읽기만 해도 아름다운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따스한 봄볕 속에서 포근했던 옛 시절로 데려다주는 이런 시들을 계속 만나고는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요즘 들어 마주치는 시들이 그렇지 못한 것도 약간은 유감이다. 어쨌든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시집을 펼쳐드는 것은 이렇게 부정의 시간 속에서 헤매는 것이다. 이러니 가슴속에 와닿는 것이 없고 머리에 남을 리가 없다. 차근차근 문제점을 생각하고 실력을 쌓는 방법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