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이야기 -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피엘 드 생끄르 외 지음, 민희식 옮김 / 문학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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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에덴의 동산에서 쫓아내고 아담에게 바닷물에 휘저으면 도움이 되는 생물이 나타나는 나무 지팡이를 주면서 이브에게는 못 만지게 했는데 아담은 지팡이로 가축을 만들었어나 이브는 몰래 만져서 유해조수인 완력과 미련의 늑대, 교활함과 영리함의 여우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우 이야기에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유머로 즐기면서 한편으로는 정신 차리라고 인간에게 경고하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고 한다. 어째서인지 어리석음을 찾아서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사소한 일에도 묻어있는 잔인함과 사기와 배신 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우는 약하지만 세상을 영리하고 지혜롭게 살아간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것과는 영 딴판으로 이 책에서 여우는 영리와 지혜가 아니라 교활만을 사용하고 있다. 내내 속이고 해코지하고 거짓말하고 배신하고 항상 나쁜 놈으로 똑바로 살아가는 순간을 찾아볼 수가 없는 데도 여우란 녀석은 책의 마지막까지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는 게 개인적으로는 아주 큰 불만이다. 사자왕이 이교도들 침공에 대적하고자 출정한 사이에 그 왕위를 찬탈하고도 후회하거나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돌아온 왕을 괴롭히다가 항복하는데 배반의 응징도 받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나의 사고로 보면 이쯤에서는 반드시 권선징악이 등장해야 마땅한데 어째서 결론이 이런지 도저히 수긍이 안 된다. 어린아이들이 아니 어른들도 많이 읽는다는데 교활이 활개치는 음모와 술수 그리고 밥 먹듯이 하는 배신이 징벌을 받기는커녕 권장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더욱 증폭된다. 프랑스에서 800여 년 동안 사람들이 유지해온 데는 그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인데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아둔함으로 돌리더라도 교활한 여우는 빨리 권선징악을 적용해 죽여 버리고 영리하고 지혜로운 여우를 탄생시켜 좋고 선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는 이야기로 반드시 바꾸어 버리고 싶다. 속아서 입을 열자마자 물고 있던 먹이를 떨어뜨려 빼앗겨 버리는 까마귀, 뱀장어 잡겠다고 자기 꼬리를 얼음 물속에 넣고 얼게 만드는 늑대 등등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이미 듣거나 읽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 오래된 여우 이야기를 모티브로 이솝이나 다른 사람들이 차용한 것을 듣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원 이야기라서 그런지 다소 투박하고 가죽 껍질이 벗기고 꼬리가 잘리는 등 잔인한 장면이 좀 더 순화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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