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윤영수 지음 / 열림원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출판업자들 사이에서 국판이니 뭐니 하는 것처럼 이 책은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의 책보다는 크기가 작고 일반적으로 작은 책보다는 크기가 큰 녀석이다. 그런데 집에 있는 작은 책들을 전부 꺼내서 비교해 보았더니 똑같은 크기의 책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 각각이면 비효율적일 건데?’라는 의문과 함께 비효율을 뛰어넘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꺼내서 비교해 본 작은 책들 중 두 번째 크기인 이 녀석은 진짜 두껍다. 마지막 페이지가 726으로 보통의 2.5권의 두께에 상당한다. 이렇게 두께에 연연하게 된 것은 일반적인 소설책 읽기보다 소요시간과 휴식시간이 각각 3배 넘게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책 내용은 전혀 어려운 단어나 구절이 없는데도 나도 모르게 책을 들고 졸다가 깰 정도로 책을 들었다 하면 졸음이 오고 책장 넘기기의 진도가 하도 더뎌서 페이지 당 글자 수까지도 비교해 보았다. 페이지 당 700 대 620으로 책 크기도 작은 데다 글자 수도 많은 자그마한 글자가 빽빽하게 들어찬 페이지를 상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펼치고 읽다 덮기를 수없이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도장을 찍은 나 자신에게 한없는 칭찬을 보낸다. 토막토막 읽기로 재미와 기억이 많이 감소했지만 최상층의 반식물 반인간 맑은이, 식물인간, 그리고 진짜 인간 세계에서 날아온 천덕꾸러기 검은머리짐승의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 인간들의 실제 생생한 문제점을 낱낱이 까발리는 발상이 흥미롭다. ‘아무리 서로 밟고 오르려는 욕망과 극심한 경쟁에 시달린다 해도에서는 아귀다툼에서 빠져나와 여유 있는 삶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 같고, ‘교활하기 짝이 없는 겉 표정과 속마음이 전혀 다른 절대 믿어서는 안될 검은머리짐승에서는 대놓고 까발리는 사실적인 표현에 약간의 거부감은 들지만 일단 인간에 대해서는 믿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중국인 장지훤은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정신병 환자라고 했다. 세상 모든 이들이 자신을 존경하고 부러워한다고 믿는 그는 모든 이들이 자신에게 복종해야 하며 그들의 재산이나 목숨도 당연히 자기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것을 읽는 순간 작가의 중국에 대한 깊은 반감과 염려를 느꼈다. G2의 위치에 올라선 중국이 자신들의 마지막 조공국이었던 우리를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조공국 그것도 마지막까지이었던 우리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이 사실을 가슴을 담고 모두가 힘을 합쳐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해결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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