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있어야 할 법 이야기 너는 나다 - 십대 8
최정규 지음, 김푸른 그림 / 철수와영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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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질서, 배려와 존중...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흔히 교실에 존재하는 규칙에는 친구를 때리지 않기, 욕하거나 비난하지 않기, 복도에서 뛰거나 장난치지 않기...등 다양한 규칙들이 존재한다. 아이들의 연령대에 따라 어렸을 때에는 당연하게 지켜야 하는 것으로 규칙을 제시하지만 점점 자라나며 아이들은 학급회의를 통해 함께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규칙을 친구들과 함께 정해나간다. 그리고 그 규칙들은 '그냥 누군가가 시켜서 지켜야 하는 것'에서 벗어나 비로소 아이들 스스로의 삶에서 '우리가 함께 지켜야 모두를 위한 것'으로 바뀌어지는 성숙의 과정을 거친다. 때때로 그런 규칙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해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그 삐딱함이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지 않고 누군가 시킨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규칙의 필요성을 충분히 내면화하지 못하며 이는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을 그저 규칙에 따르는 존재 혹은 누군가 보지 않으면 규칙을 어겨도 된다고 생각하는 존재로 키워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점점 "왜 그래야 하지?" "이런 규칙은 왜 필요한거야?"라는 질문이 새롭게 생겨나는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법률 용어들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세상의 사정을 최대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듯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작가의 문장이 돋보인다. 진짜 누군가 옆에서 이 법에 대해서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느낌이 든달까? 또 다양한 주제(동물권, 장애인, 미등록 외국인, 탄핵, 비례대표 등)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어 교과서에서 모두 설명해주긴 어렵지만 그래도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는 일들, 누군가는 꼭 알아야 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뉴스에 소개될 때는 아, 그냥 저 사람이 법을 어겼구나 그래서 처벌받는 것이 당연하구나 하는 짤막한 인과 관계만 설명되지만 한 사람의 삶과 관련하여 조금만 시각을 다르게 가져본다면 그 안에는 여러 이유와 서사가 있길 마련이다. (물론 함부로 그 범법과 범죄에 대해서 미화하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이 책은 인과관계 속 드러나 있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과 권리를 짚고 넘어가는 책이다. <'불법체류자' 아니라 '미등록 외국인'으로 바꿔야 한다고요?> 부분에서는 이유가 어떠하든 출입국 관리법을 위반한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 앞에 '불법'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 누구는 몸이 아파서, 일한 돈을 안줘서 다른 공장으로 가서, 사고난 기계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두려워 도망을 가서...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끝내기엔 외면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음을, 그리고 그들 역시 사람임을 설명하며 딱딱한 법이라는게 결국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존재함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존재함을 알려주는 책이다.

 더불어 이 책은 평등, 사회문제, 공평, 인권 등을 다루는 다양한 주제로 4-6학년 사회, 도덕 과목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4-2학기 3단원에서 사회문제를 다룰 때 <목기린씨, 타세요!>라는 동화책과 함께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소중한 법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세상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때 "세상은 원래 그런거야."라고 체념하지 않고 "세상이 왜그래?"라고 질문하며, 때로는 법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 때 "도대체 법이 왜이래?"하고 따져 물어가며 투쟁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모여 법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법에 힘입어 우리는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머릿말 중)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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