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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3부 : 사신의 영생 (반양장) - 완결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모로 압도적인 책이다. 재미나 독창적인 아이디어, 스케일, 하드 SF의 강도, 지적 유희 거의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책이다.
1편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요약하자면 아서 클라크와 로버터 하인리히의 퓨전같은 느낌이었다. 그것도 두 작가의 전성기 시절에서 말이다. 그만큼 차원이 다른 재미와 충격이었다. 이 느낌은 3부를 다 읽은 지금에서도 여전하다.
1편의 흥분을 채 가시기도 전에 2편을 읽기 시작했다. 근데 초반부터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1편의 가공할 속도와 재미에 비해 2편의 시작은 그 리듬이나 전개 방식이 지나치게 느리고 장황한 느낌이었다. 혼자 상상하기론 작가가 1편의 성공에 취해 2편에서는 SF 장르를 넘어서 진지한 문학을 시도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일단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사건과 캐릭터의 묘사가 남다른 수준에 있음을 알게되었다. 1편에 대한 의리도 있고, 어차피 수준높은 문학작품 하나 읽는 셈치고 꾹꾹이 읽기 시작했다. 1편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정도 가치는 충분한 책이었다. 근데 책이 중반을 넘어가자, 내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재미와 속도감은 1편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내용 상의 반전보다는 심리적인 분위기에서 반전이 너무 가파라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나는 감히 동네 축구나 하는 수준에서 천재 메시의 플레이를 논한 것이다.
작가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자, 3편에 대한 두려움은 첨부터 없었다. 3편은 읽는 내내 즐거움 그 자제였다. 1편이나 2편처럼 단숨에 읽기 보다는 늘 가지고 다니면서, 잠들기 전에 조금씩 조금씩 읽었다.마치 아이가 정말 맛있는 과자를 내일 사라져버리기를 걱정하며 한번에 한입씩만 베어물며 그 달콤함에 취한 채 남은 부분은 정성스레 품에 안듯이 그렇게 읽었다.
정말 놀랍고 또 놀라운 책이다. 태어나서 이렇게 읽는 게 기분좋은 책은 내 기억으로 몇 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