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죽음을 안전가옥 쇼-트 21
유재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인일까, 광인일까.

‘정설희’는 휴직을 끝내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도서관에 복직한다. 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강연의 <악인과 광인> 저서 ‘이수혁’과의 교류는 설희에게 오랜만에 찾아든 두근거림을 선사했고,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둘은 연인 사이가 된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수혁이 1년째 별거 중이고 이혼을 앞둔 상황이라는 것. 즉, 법적으로는 아직 유부남이라는 사실이다. 수혁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설희의 안이함이 잘못이었을까. 수상한 남자가 두 사람의 사진을 찍고 감시하는 일이 생기자 설희는 수혁을 추궁한다. 수혁은 전처의 집착으로 협의가 아닌 소송을 통해 이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설희는 확실히 끝내고 오라는 대화를 끝으로 며칠 동안 그의 연락을 기다린다. 마침내 수혁에게 온 문자 내용은 사과도 사랑도 아닌 사망이었다. 수혁의 부고 소식이 일으킨 회오리가 본격적으로 책<당신에게 죽음을>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뻔하디 뻔한 사랑 이야기로 시작해 뻔하디 뻔한 불륜으로 끝났을 설희의 길 잃은 발걸음이 과연 회오리를 타고 제자리를 찾게 될까, 추락하게 될까. 


“유디트 혼자 힘으론 벅차 보이지 않아요?”
“못 할 이유가 있나요?” (82p)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그린 그림은 이렇지 않아요.”
목소리가 보다 또렷하게 들렸다.
“뭐가 다르죠?”
“많이 다르죠. 사실적이고요.” (84p)


책<당신에게 죽음을>에서 묘사하는 카라바조의 그림<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와 젠틸레스키의 그림<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베는 유디트>을 찾아보고 비교해 보길 권한다. 

이 책은 젠틸레스키의 그림<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베는 유디트>를 재해석했다. 가장 첫 문장 ‘설희는 다가올 날을 준비했다.’가 주는 울림은 책을 덮고 젠틸레스키의 그림<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베는 유디트>에 담긴 비화(悲話) 그 너머의 비화(祕話)를 상상할수록 커진다. 

남자의 목을 베는 유디트이자 아르테미시아, 그리고 설희와 ‘오은수’. 그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는 사랑을 위한 복수, 복수를 향한 갈망이 한데 어우러져 뿜어내는 핏빛 분수에 칼을 숨기고 추는 강렬한 왈츠가 더해져 깨끗하고 하얀 표지와는 다르게 비릿하고 화려한 잔상과 질문을 남긴다. 

그들은 악인일까, 광인일까. 나는 악인인가, 광인인가.



*몽실북클럽을 통해 안전가옥 [당신에게 죽음을]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