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의 나무들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숲해설가로 일하는 장수정이 쓴 수필집으로 2013년부터 2018년에 걸쳐 매달 한 편씩 신문에 기고한 숲 에세이들을 발표순으로 엮었다.

기승전'숲'이라고나 할까. 춘천이 고향인 저자는 세상 모든 일을 숲의 생태계에 대입해서 생각하는 사고를 지닌 듯하다. 숲을 구성하는 다양한 동·식물, 나무, 곤충들이 그녀의 한없는 애정에 힘입어 글 속에서 생명을 얻는다. 글로 만나는 자연도감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인데, 일반인들은 구분하기도 힘들고, 접하기도 어려운, 설사 접한다 하더라도 그런 아름다운 이름이 붙어 있는지 모를 생명체들이 끝없이 소환되고 에세이의 주인이 되며, 저자의 감정이입의 대상이 된다.

귀룽나무, 쑥버무리, 사스래, 애기똥풀, 풀색꽃무지, 사향제비나무, 쇠무릎, 쇠비름...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겠지만 참 다양하고 아름답다. 실제로 저자도 관련 도감을 보면서 계속 지식을 업데이트한다고 한다. 세상은 아는 만큼 애정도 생기는 법 아니던가. 아니, 애정이 있어야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일까. 하여간 비단 직업 때문이 아니라도 숲 생태계에 대한 저자의 무한 애정은 매 페이지 행간마다 배어있다. 급기야 은날개녹색부전나비 애벌레를 가져와 날개가 돋는 장면을 집에서 목격하기도 한다.

여기다 국문과 출신이라 그런지 구사하는 단어의 범위가 넓다. 저자의 소설 <검은 숲의 사랑>에서도 느꼈지만, 언어 구사력이 남다르다. 어휘의 폭넓은 활용과 섬세한 묘사로 숲 생태계에 대한 사랑을 약간의 일상에 덧붙여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안드로메다의 나무들>이다.


저자의 이런 대단한 숲 사랑은 집안 내력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산림과에 입사해서 퇴직도 그곳에서 했다고 하니 2대에 걸쳐 산림에서 일하는 셈인데, 아무래도 아빠의 뒷모습은 딸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책의 가독성이 좋다고는 못하겠다. 문장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편은 아니다.

책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내게는 동떨어진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감정이입할 에피소드가 적은 건지도, 그만큼 내 감성이 메말라서 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읽는 재미가 크진 않았다.

아들이 입대하던 날을 다룬 '연병장 풍경'과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감상문 '아다지오를 듣는 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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