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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대로 낭만적인 - 스물여섯, 그림으로 남긴 207일의 세계여행
황찬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493쪽. 근래에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은 적이 드물었던지라 책을 읽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한 글자까지 천천히 읽고 싶었다.
저자는 실내 건축을 전공한 제일기획의 7년차 리테일마케터. 대학 중 군대를 입대하고 군대에서 읽었던 책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서 세계 여행을 꿈꾸게 된다. 제대 후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천만원 정도를 모아서 아시아, 유럽, 남미 3개 대륙, 17개국 50개 도시를 207일 동안 여행했다. 여행 중 연필과 플러스펜으로 여행지를 그려서 책에 소개하고 있는데 그림만으로도 저자가 봤던 장면들을 상상하게 되어 여행기가 더 풍성해졌고 그런 그의 재능이 무척 부러웠다.
그리스 자킨토스섬에서 하룻 밤 잘 곳을 찾다가 우여곡절 끝에 현지인의 별장에서 며칠을 지냈던 일, 저자가 가장 존경하는 건축가인 춤토어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을 보러간 일, 아를에서 고흐의 흔적들을 봤던 일, 트럭 파업으로 수크레에 며칠 발이 묶였다가 걸어서 다른 지역으로 나와서 유유니를 간 일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많은 에피소드들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사람과의 일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만난 여자학생들과의 이야기, 대학시절 알게된 프랑스 국적의 베트남 친구의 파리 집에서 며칠을 보낸 이야기, 하롱베이에서 만난 프랑스인 친구를 파리에서 만난 이야기, 중국에서 만난 바르셀로나 친구를 만나서 친구 집에 머물면서 현지인 친구가 안내하는 여행 등을 다양한 나라,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서 더 깊게 여행을 하게 된다.
내가 여행하고 싶은 이유가 내가 못 가본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있지만 다른 나라, 도시에 살고 있는 평생 만날 일 없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 이 책을 읽으면서 당장이라도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아직 현실적인 문제로 여행을 갈 수 없는 이들에게 간접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하고, 세계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가기 전에 미리 경험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