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언어학 강의 - 개정보급판
페르디낭 드 소쉬르 지음, 김현권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이 디지털,스마트化 되어감에 따라 주위의 많은 것들이 빠른속도로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보고 읽는 행위는 내 손으로 종이를 넘겨가며 한 자 한 자 뜯어봐야 머리에 남는다. 

받아보는 신문의 토요일지면에는 내가 꼭 찾아보고 스크랩하는 기사가 있는데. 담당기자가 추천하는 명저산책 이라는 꼭지이다. 고전을 포함한 인문학서적중에서 추천기사가 올라오는데, 이미 사놓고 방치하는 책 + 꼭 보고 싶었던 책 + 읽었던 책 에 관한 기사들이 자주 등장해서 도서구입시 참고도 하고,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볼 수 있어 즐겁게 찾아보고 있다.

 그 기사들 중 하나가 [일반언어학강의] 였다.  

그 기사를 읽기전엔 소쉬르 라는 위대한(!)인물도, [일반언어학강의] 라는 서적도 모르고 살았는데, 스크랩하면서 꼭 한 번 찾아보리라 다짐한 책 중 한 권이다. 그러던 와중에 해당출판브랜드에서 리뷰단모집을 하고 있었고, 절판된 도서나마 구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신청한 것이 리뷰단선정으로 이어져 이 책을 읽는 계기가 되었다.  

말이라는 것, 언어, 특히 국어에 대해 관심이 많아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가열차게 읽기 시작했는데  전문용어들이 난무하는 서적은 아니지만 입에 붙지 않는 단어와 문장이어서 처음엔 고생을 했다. 재밌고 즐거운 취미생활을 위해 유희서적만을 읽고 있던 댓가라면 댓가랄까.

소리를 내어 읽어도 보고, 노트에 옮겨도 보면서, 아주 천천히 차근차근 책을 읽어나가며 느낀 점은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언어] 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하고만 있던 것들이 아주 친절하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상태로 내 눈앞에 있다는 것' 이었다. 

태어나면서 주변의 소리로 말을 배우고, 책과 더불어 글을 익히며 아주 자연스럽게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에서 내가 쓰고 있는 말, 언어에 대해 재고해 볼 기회가 없었던 까닭인지 모처럼 아주 신선한 기분에 휩싸여 책을 읽었다. 

얼마전 창덕궁에 갔을 때, 후원을 안내해주시며 설명해주시던 분이 타임머신이라는 것을 이용할 수 있다면 궁이 세워진 당시로 돌아가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다 물어보고 돌아오고 싶다며 같이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인류의 진화에 발맞춰 언어라는 체계가 문서화 되지 않았을때로 가서 원시인류에게 존재했을 의사소통의 방법이 어떤 식의 이해관계를 성립하게 했는지, 어떤 식으로 전수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전혀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다.

인간이 동물과 유일하게 다른점은 '생각을 하는 것' 이라는데, 이 언어는 그 생각의 산물로서 인간이 인간답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인간들이 더불어 살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면서 개개인을 넘어선 사회와 시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니, 언어세계란 크고 무궁무진하며 대단한 곳임에 틀림없다.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서 각종 언어, 말, 번역, 언어관,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정리를 해보게 되었다. 말을 잘한다는 것,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 표현한다는 것, 언어생태계, 언어권력, 정치와 언어, 등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지금도 머리속이 복잡하다. 

항상 공기와 같은 존재로 우리곁에 머무는 언어에 대해서 고찰없이 항상 대충 언어에 관한 이론은 이럴것이다(?) 라는 생각만하고 막연하게나마 당연히 그것은 그러한것이 아니냐(??)며 느끼던 것을 아주 뛰어난 누군가의 머리로 생각으로 입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책을 읽으며 독서를 마무리 하는 지금 내 머리속은 여전히 생각할 거리가 잔뜩 쌓여 있지만, 오랜만에 뇌세포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 보람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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