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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2월
평점 :
올해 들어 처음 든 생각은 '40이 가까워졌구나'였다. 40대라니..
결혼생활 10년이 넘어가고 내가 낳은 아이들이 둘다 초등학생이니 그냥 봐도 40이 다가오는 건 자명한데 아직도 가끔 고등학생 때 마인드에서 더 크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타공인 동안이기도 하고 그런 장점이 때론 약점이 되기도 해서 가끔 '학생~' 소리도 듣는 편이라 더 정체성이 헷갈리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행히(?)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고 나름 어른으로 대접받고 있는 형편이라 아직까지 독신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어떤지 잘 모른다. 혼자 자취를 했었던 경험을 비춰봤을 때 지금껏 결혼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부모님과 함께 살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평균연력 60세 사와무라씨댁의 이런하루>를 읽으면서 원래는 40세 독신여성과 연로하신 노부부의 아옹다옹한 일상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내가 갖고 있는 정체성의 혼란을 같이 겪고있음을 발견했다. 아버지 사와무리 시로씨는 헬스클럽에 다니면서 헬스 트레이너만큼 상큼해지기를 꿈꾸고 할아버지 소리를 낯설어한다. 어머니 노리에 여사 또한 70이 다 되어가는 연세에도 엄마를 그리워하며 40세의 히토미의 생활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았을 뿐 내가 겪고 있는 사회적, 신체적 변화를 직면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같은 연령대의 여배우가 탈모방지 샴푸 광고를 하거나 생일날 병원에 갔더니 차트에 40세라고 선명히 적혀 있더라는 일화. 생각도 마인드도 감정도 20대의 그것과 다를 바 없으나 편의점에 갈 때도 드라이를 하던 중학생 때와 출근하기 위해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시간은 삶의 일부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만큼 나이를 먹은 티가 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운 있을 때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문턱을 없애는 방법으로 리모델링을 한다거나 그런 김에 '만에 하나' 결혼할지도 모르는 따를 위해 2세대 주택으로 개조해야 하나? 아님, 본인들이 죽고 난 후에 혼자 2세대 주택에 살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동시에 하는 어머니, 기운 있을 때 미리 영정사진을 찍어둔다는 아버지의 서글픈 준비성은 밋밋한 캐릭터에 덧입혀져 짠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본인의 가족을 만들었던 그렇지 않았던 혼자 해야 할 일이 있음을 툭 던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보는 내내 내 나이 밑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만의 고민, 생활, 황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달까?
왜냐면 나도 곧 40이 될 테고 70이 되는 부모님을 가질테고 그분의 황혼을 바라보며 혼자 준비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될테니 말이다. 또 한편, 노처녀가 된 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고 싶어 들뜬 부모님의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도 알 수 있었다.
이런 걸 하나하나 알려주니 마스다 미리가 동네 '큰언니'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