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여름의 마스다 미리 여행단 활동을 마치고 두번째 서포터즈였던 마스다 미리 여자공감단 5기.
<여자라는 생물>을 미션 도서로 받았는데 이미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주부로서 살아온지 10년차가 되어보니 여자라는 자각보다는 그냥 '여자사람'이라는 자각이 더 컸다. 그런 나를 나무라듯 얘기해 주었다.
- 몇 살이 되어도 여자이고 싶다.
얼핏 들으면 좀 멋있는 대사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나이를 먹을수록 다른 생물로 변신하는 인간이 이 세상에 있는 것 같은 표현이다. <여자라는 생물> p. 150
나는 사람 둘을 낳고 남은 거죽, 껍데기가 아니라는 걸 나에게는 내가 가장 소중한 '여자'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원래는 마지막 미션이라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고백을 하고자 했다. 아직 한글이 서툰 우리 딸일 수도, 나랑 십분 차이나는 쌍둥이 우리 언니일 수도 있었다. 둘 다 사랑하는 여자들이지만 결론은 나 자신도 사랑하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안에 마스다 미리가 심어놓은 많은 공감점을 오직 나만이 느낄 수 있고 줄기차게 요구하는 게 자신을 사랑하라는, 세상 다 그런 것이니 심각해지지 말라는 그러면서도 유난스레 긍정적일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니까.
얼마전에 구입한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잠깐, 저기까지만>. 여행단 때 구매한 책인데 여행에 관련된 사진은 한 컷도 들어가있지 않지만 마스다미리의 감회, 그곳에서 먹었던 숙소, 음식, 에피소드와 소소하게 들어갔던 경비 등.
평소 여행 한번 하려면 내가 늘 염려하는 그런 항목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여행의 의미를 깨알같이 적어넣기도 해서 좋았다.
- 이러니 좀처럼 목적지인 메밀국수 가게에 도착하질 못한다. 마치 딴 길로 새는 초등학생 집단 같지만, 다른 게 있다면 "빨리 와!"하고 야단치는 선생님이 없다는 점이다. <잠깐, 저기까지만>
어찌 하다보니 올해에는 여러곳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아이들이 없이 혼자 몸으로 여행을 가보니 학생 때 느꼈던 것처럼 짜여진 일정에 대한 부담감이 들었다. 아마 자유여행을 간다 해도 원래 고지식하고 유연하지 못한 내 습성상 제대로 여행을 즐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스다 미리는 그런 나에게 '야단치는 선생님이 없다'고 여유롭게 즐겨도 된다고 다독이는 것 같았다.
스무 살 이후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사먹었을 때, 테이블에 셋팅되는 음식들 중 원치 않는 반찬은 먹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해방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은 오래도록 강렬해서 지금은 아이를 키워야 하는 진짜 어른이 되었음에도 아이들 앞에서 과감히 밥에 든 콩을 골라낼 정도다.
여행에 대해서도 이제는 스스로에게 혹은 일정에 너무 쫓길 것 없이 좀 여유롭게 돌아봐야 하겠다 싶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마스다 미리도 그랬으니까. 그렇게 해서 잘못될 건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좀더 용감해지는 나, 좀더 독립적인 나에게도 사랑한다 고백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