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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결혼하면서 남편에게 부러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그 중에서 남편을 포함한 삼남매의 우애는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없는 어떤 장벽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10분 차이 나는 쌍동이 언니가 전부인 내 빈약한 형제관계에 비해 누나도 있고 남동생도 있어서 여자란 이렇다 혹은 형제간의 대화란 이렇다 하는 변화무쌍한 그들의 화젯거리를 듣다보면 저절로 엄마미소가 지어지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남동생으로서 누나를 대하는 모습이 좀 많이 생소하면서도 부러웠다.

시누이는 나와 동갑내기이다. 그러니까 신랑이 연하란 소리다. 그래서 그런지 문득문득 던지는 말들이 가끔 웃프기도 하다.
이를테면 시누이한테 '내가 누나를 봐서 여자들이 생각만큼 안 씻는다는 건 알았거든. 근데 저 사람이 누나보다 더 안 씻어.' 같은.
남자형제가 없다보니 그런 폭로를 장난스럽게 해대는 남편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면 다 장난이고 우스갯소리였다는 걸 안다. 그래서 마스다 미리의 <내 누나>를 보면서 남편이 나를 보는 눈이 혹시 저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씻는 얘기에 대해 운을 뗐는데 그에 대해 떠올린 부분은 <브래지어>라는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였다. 띠지에도 인용된 브래지어에 대한 일화. 그걸 언제, 얼만큼 입고 빠는지에 대해 여자가 말하는 기간과 실제로 여자가 착용하는 기간에 대한 적나라한 고백 말이다.
어느모로 보나 범생이 티가 역력한 남동생 준페이에게 누나는 그런 면들을 숨김없이 명쾌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남자이기 때문에 날카롭게 보고 집어내는 부분이 있는데 영어를 잘 하고 싶다면서 말로 끝난다거나 꽃을 사도 집에 와서는 처치곤란으로 처박아두면서 꽃을 살 때의 표정만큼은 수줍은 소녀 못지 않은 모습 등을 표현해 낸 부분이었다. 물론 여성 작가이기 때문에 이처럼 섬세한 게 가능하겠지만 우리 신랑이 나에게 던지는 나에 대한 해석과 비슷해서 깜짝 놀랄 때가 있기도 했었다.
남동생이 집어낸 누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흡사 남편이 꼬집어준 내 단점같기도 하더란 말이다. 그래서 다 큰 남매는 같이 사는 게 아닌가?ㅎㅎ

손바닥이 맞닿았을 때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는 남자와 어떻게 연애를 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은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공감이 가기도 했다. 여자의 마음을 흔드는 건 강한 남성미와 한 없는 배려심에 더해 가끔 스치는 피부와 피부간의 닿음에서도 감정이 묻어날 수 있으니까. 그 점은 경험상 안다.ㅎㅎ
누나 지하루의 무심한 듯 흘려보내는 말들이 의외 준페이에게 먹히듯 내 마음도 먹어들어갔다면 아마 이런 점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가끔 같은 여자로서도 지하루의 말을 이해 못할 때가 있긴 했다. 맨 마지막 장에서 해외근무후 집으로 돌아온 부모님께 의젓한 준페이의 행적을 다 말아먹고 막내동생으로 전락시켜 버린 지하루. 그 후 준페이가 모든 여자들이 누나같을까 하면서 전율하는 장면 같은.
그 부분은 누나를 갖고 있는 남동생인 남편한테 왜 그런지를 물어보고 해석해 달라고 해야 했다. 세상 모든 여자가 누나 같으면 안 되나? 저렇게 현명하면서 부담 없는 여잔데?
그런데 남편의 해석은 달랐다. 내가 본 건 수많은 여자들 중에 그래도 니 누나가 젤 낫다, 였다면 남편은 세상 모든 여자를 보는 기준이 누나가 되어버려서 다른 여자를 만나도 누나 같다면 싫을 것이란 뜻이란다. 흐흠. 알다가도 모를 해석이긴 했지만 대충 이해할 수 있는 심리상태이긴 했다.
그래서 오징어 다리 열개중 하나 없어졌다고 싸웠다던 유명한 모 남매의 유아틱한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 남매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내 누나>를 읽어보기를 강력 추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