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마음학 -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것들
최영인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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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회사에 들어갔다가 나보다 나이어린 팀장의 횡포를 못 견디고 몇달만에 나온 적이 있었다.

내 감정과 정서를 지배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결단을 내려 그만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무능했던 건 아닐까, 그 정도 일도 제대로 버티지 못했으니 못난 사람이 아닐까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다 내가 마흔이 넘어 새로 일을 배우고 시작해야 하는 사람이다보니 보다 엄하게 일을 가르쳐야 했을 거고 일처리가 느리고 습득도 늦어서 답답해 했을 거라며 오히려 나를 힘들게 했던 팀장을 두둔하려는 스톡홀름 증후군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은 여자가 사회에서 직장을 구한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어디서든 권력을 쥔 사람들 중에 쉽게 상대방을 판단하고 우위를 점하려고 하지않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저자인 최영인 작가는 전업주부로 세 아이를 양육하며 살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다시 직장인이 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나이많은 신입사원으로서 결코 만만치 않았던 사회초년 시절을 겪었던 것 같다.

출근하는 전철만 아니라면 어느 것이든 타고 도망쳤으면 하던 시절을 거쳐 동료들과 어울리게 되고 일이 손에 익게 되고 횡포를 일삼던 상사에 맞서기 시작하면서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추스를 수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책은 타인과 가족, 자신, 인생, 여유 다섯챕터로 나눠 이야기를 담는다.

작가 자신이 직장인, 엄마, 딸, 아내, 며느리로서 살고 있고 온전히 집안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자아를 잃지않기 위해 직장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챕터별로 생생한 경험담을 담는다.

또 한가지 눈여겨볼 점은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심리학적 견해를 밝히는 글에 영화에 대한 내용을 끼워넣는다는 것이다. 반가운 영화제목도 간간이 있어 몰입이 쉽게 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요즘 하는 고민들을 떠올렸다.

사회는 왜 마흔 넘은 여성을 함부로 '어머니'라고 부르고 무슨 말만 하면 다 변명이라고 치부하고 무조건 윽박지르며 가르쳐야 기어오르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을까?

그리고 마흔이 넘으면 왜 자식들 중 하나는 친정과 시댁 양가를 왔다갔다 하며 중재하고 돌봄노동을 떠맡는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일까?

작가는 부드럽고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살림은 가족들이 나를 '돕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해야 하는 일이고 가족들을 위한 식사 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식사'도 중요하다는 것을.

여성은 모성신화와 사회적인 편견에 노출되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요즘은 비혼이 대세이다보니 독립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싱글들에게 나처럼 결혼후 가정을 꾸리는 40대 여성은 계급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불쌍한 존재'처럼 읽히는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저자는 나와 같이 가정을 꾸리고 친정과 시댁을 오가며 가족을 돌보면서도 차별에 대해 정확히 관통하는 견해을 밝히며 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하나 더 느낀 게 있다면 얼마전에 만났던 팀장은 '성질이 불같아서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니'라던 본인의 변명과 다르게 나에게는 나쁜 사람이었고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나쁘게 보이고 일은 길이 안 보인다면 그곳은 나와야 하는 게 맞다. 신입사원 네명중 세명이 그만뒀다면 그건 전적으로 교육을 담당했던 팀장의 잘못이 분명하니까.

사회적으로 마흔은 결코 함부로 대해도 되는 나이가 아니다.

나와같은 혼란을 겪고 있는 40대라면 <마흔의 마음학>으로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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