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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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에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가곤 한다.
동네에는 여러개의 편의점이 있지만 늘 가는 곳은 나이 든 부부가 하는 곳이다.

낮에는 부인이 나와 가게를 돌보고 밤에는 남편이 밤을 새워 편의점을 지킨다.
나는 그곳에서 아이의 학교 준비물인 하루 지난 신문까지 얻어 쓴 적이 있고 남편과도 자주 찾다보니 이제는 편의점 주인과 손님이 아니라 그냥 동네 아는 사람들이 되어간 느낌이다.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편의점 인간>은 그런 정겨운 동네 편의점이 아니라 출근시간, 점심시간 대 가장 바쁜 피크타임을 맞는 도심지의 편의점을 그린다.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대학을 다니던 때 오픈한 편의점에서 무려 18년간 점원으로 일한다. 오랜 기간 일해왔기 때문에 손님이 몰리는 피크타임과 납품된 물품의 정리, 그날의 행사상품을 제대로 진열하는 방법과 물건 발주, 손님을 대하고 계산대를 두드리는 일을 물 흐르듯 처리해낸다. 편의점의 모든 소리와 시간은 게이코가 적응하기 안성맞춤인 '매뉴얼'이 있어 가능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행동을 '카피'하며 평범하게 산다.

게이코는 어릴 때 죽은 새를 보며 새 꼬치구이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떠올렸고 싸우는 동급생들을 말리느라 삽으로 아이 중 한명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히스테리를 부리는 선생님을 조용하게 하려고 스커트와 팬티를 한꺼번에 끌어내린 적도 있다. 가족들도 주변 사람들도 그런 게이코를 이해하지 못했고 게이코도 자신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편의점은 어떻게 사는 게 평범한 건지 잘 알지 못하는 게이코에게 '매뉴얼'을 제공했고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옷차림과 말투, 반응 등을 카피해서 '평범한'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지만 18년이라는 지나치게 긴 아르바이트 기간이 결국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번듯한 회사원도 아닌 게이코에게 온갖 편견의 잣대가 세워지기 시작한다. 몸이 아프다, 돌볼 가족이 있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연애나 결혼에 관심없고 편의점 점원으로 사는 데 불만이 없었던 게이코는 결국 편의를 위해 한때 같은 편의점에서 잠깐 근무하고 쫓겨난 불평투성이 남자 시라하씨와 동거하게 된다. 서류상의 결혼을 하자면서.

그 남자가 결국 편의점도 그만두게 만들고 자신을 먹여 살리라며 취업처를 알아보고 면접장까지 따라가게 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되지만 게이코는 그동안 몰랐던 편의점 점원으로서의 만족감이 사회적으로 이상한 시선을 받는 것보다 더 좋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최근에는 편견과 차별에 대해 문제제기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소설에 묘사된 것처럼 다른 이의 삶에 간섭하려는 오지랖이 아직 많다. 특히 주부들만 모인 파트타임 일자리에서 만난 미혼여성에 대해서 '남자친구 있어?'라는 말을 무례한 줄도 모르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자는 그에 대해 아는 게 없다보니 의례적인 질문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의례적으로 얼마나 사람들에게 실례를 했는지 깨달을 뿐이다.

게이코는 작은 방에서 살고 편의점 점원으로 일하며 독립적으로 자기 인생을 잘 꾸려가던 '성인'이었다. 이성교제에 관심이 없을 뿐이었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게 불편하지 않았을 뿐이며 돈이 부족했던 것 같지도 않다. 주변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그녀를 이물질로 몰았던 게 아닐까 한다.

사람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워한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 그들과 같아지려는 노력 혹은 나와 비슷해지게 만들려는 노력을 통해서 서로에게 간섭하기 시작하고 무례를 범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사람은 사회적인 진화가 덜 된 존재라고도 했다.

게이코처럼 필요에 의해 사회화되고 남의 행동을 카피해 가면서까지 평범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자신에 만족한다면 그런 낭비는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삶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개개인에게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게이코는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이 편의점 점원으로 '태어나던' 걸 알고 있었으니까 다시한번 '편의점 인간'으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잘 살아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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