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가 백영옥의 <라디오 디톡스>를 들었다. 새벽 2시~3시까지 하는 프로그램이라 밤잠을 자야하는 내가 생방송을 듣기는 어려웠고 팟캐스트에 방송분이 올라오면 다운받아 들으며 출퇴근을 했다.

음악이 주류인 라디오 방송에서 늦은 밤 청취자의 고민을 들어주고 직접 소설가가 조언을 해주는 독특한 컨셉이라 팟캐스트를 통해서는 저작권 때문인지 음악을 많이 듣지 못했어도 백 작가의 음성을 듣는 게 좋았다. 그가 소개해준 책들도 여러권 사서 읽었을 정도였으니까.

마지막 방송에서 곧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동안 <라디오 디톡스>를 통해 같은 상황에서도 절망보다 희망을 보는 방법을 배웠어서 출간될 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이후 백영옥 작가가 건네는 두번째 위로의 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사랑의 숙주다'
 이승우의 소설 [사랑의 생애]에 나온 이 문장을 들며 사랑했기 때문에 행했을 모든 쪼다같은 일이 나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 숙주인 몸을 움직여 저지른 일이라고 위로하고 결혼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10대 뿐만이 아닌 40-50대 독자들로부터도 오는 질문이라고 밝히며 그에 대한 공감도 표시한다.

누군가 내 앞에서 울고 있다면 그건 내가 그 사람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될거라고도 한다. 순수한 관계에 대해  요즘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마음을 표현하며 눈물을 흘리는 누군가의 손을 선뜻 잡아주기가 힘든데 작가는 그럴 필요 없다며 다독인다.

작가는 말한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눈물은 속이 상할 때 적당히 흘려주지 않으면 마음과 몸을 상하게 하니, 염증이 고름을 내뿜어 몸을 낫게 하듯 마음껏 흘려주어야 한다고 한다.
누군가 울고 있을 때, 그 앞에 선 사람이 나라면 그가 맘껏 울고 추스를 수 있게 덜 부담스런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이 들수록 변함없이 꾸준한 삶에 대해 동경해 왔는데 그에 대해서도 작가는 '지구인은 지구력이 필요하다'고 동감해 준다. 어디든 떨치고 일어나 훌훌 떠나갈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꾸준히 그 시간을 버티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알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가면서 중요한 가치는 의외로 흔하고 평범한 것일 수 있다. 작가는 버티는 힘에 대해서도 흔하지만 잘 느끼기 어려운 일상이 행복에 대해서도 그게 결코 나쁘지 않은 거라고 말해준다.

가만 보면 내가 생각하는 행복도 부침이 심하고 스펙터클한 사건이 많은 삶보다 평범하면서 약간씩 디테일이 다른 변함없는 일상이라는 걸 깨닫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극적인 음식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찾게 되듯 담백하고 부드러운 일상의 맛을 작가는 느껴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은 점점 예술이 되는 거라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