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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 내려놓기 - 남보다 예민해서 힘든 사람들을 위한 내 안의 바늘 길들이기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8월
평점 :
서비스 업종에서 일을 하다보니 예민한 성격이 참 고민이었어요.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기 위해 직업을 택했고 열심히 일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대끼면서 오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해소되기 쉽지 않았거든요.
사회에 나와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는데요. 그 때문인지 스스로를 인정하고 좀 덜 예민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만의 공감이 좋기도 했어요.
일본의 정신의학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예민함 내려놓기'에서 이런 예민함이 꼭 내 탓만은 아니라고 정의해요. 본인은 소음을 견디지 못해 이사한 자취방에서 며칠 만에 다시 이사를 하기도 했다면서요. 소음이나 냄새 등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감각과민이라고 하는데 신경학적 차원에서의 예민함이라고 해요.
- 예민함에도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감각과민처럼 신경학적 차원에서의 예민함이다. 또 하나는 사람에 겁을 먹어 지나치게 눈치를 보고, 상처받고, 시기하고, 의심하는 심리사회적 예민함이다. '심리사회적'이란 심리적인 부분과 대인관계 등의 사회적인 부분 모두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p.41
소음이나 냄새에는 예민하지 않은 성격이니 내 문제는 아마도 심리사회적 예민함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보려고 해요.
저자는 예민함의 종류를 감각과민, 순화저항, 애착불안, 마음의 상처, 신체화, 망상경향, 회피경향, 저등록으로 나눠서 사례별로 설명했는데요. 심리사회적 예민함과 연결하면 마음의 상처나 애착불안, 회피경향, 망상경향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제가 자라던 시대에는 어른들의 인정이나 정서에 대한 돌봄을 제대로 알고 받고 자란 사람들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우리나라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사십대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이런 심리사회적 예민함을 인정받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요.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뇌를 쉬게 하지 않아서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고 해요.
이런 예민함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냥 사는 것도 아니고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해야 하는 성인의 입장에서 큰 고민거리가 되는 거지요. 그 때문에 저도 한동안 고민을 했었고 해결책도 모른 채 그저 눈치보며 지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제가 선택한 방법은 정공법보다는 돌아서 가거나 그 상황을 일단 피하는 거였는데요. 우리나라는 정공법을 선호하다보니 저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치만 저자는 '때로는 도망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 하네요.
- 상처받을 게 뻔한 상황을 피하는 것도 훌륭한 병법이다. 실제로 자극을 회피하는 경향은 수동적인 감각과민보다 사회적응도나 행복도에서 음의 상관관계가 약해진다. 불쾌한 일을 참기보다 도망치는 것이 낫다는 증거이다. p.163
상처받은 마음이 깊어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례를 보기도 하는데 그의 예민한 성격을 이해해주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집 밖으로 몇 걸음만 나갔다 오기, 도서관 갔다오기, 학교 정문까지 다녀오기 등 점점 거리를 늘리는 거지요. 또 요리를 적극 권장하는데요. 요리는 생각보다 두뇌를 많이 써야 해서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일도 잘 하게 된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챕터가 있었어요. '안전기지를 강화하는 법'이었는데요.
교과서에서도 봤던 새끼 원숭이 실험에 대한 풀 스토리를 볼 수 있었는데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가 실험용 동물을 살 수 없어 직접 새끼 원숭이를 기르다가 천으로 만든 인형을 줬더니 꼭 붙어 지내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철사로 만든 인형에는 젖병이 있어도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해요. 또 잘 가지고 놀던 인형을 천장에 매달아 새끼 원숭이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도록 했더니 행동이 훨씬 활발하고 안정감도 커졌다고 해요.
저자는 주양육자인 어머니의 사례를 이에 대입해서 꼭 하루종일 붙어 있어야 하는 건 아니고 기본적인 애착관계와 반응만 잘 해줘도 아이는 자신의 '안전기지'가 있다는 생각에 정서적으로 안정될 거라고 해요.
그동안 스스로의 예민함 때문에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아닌 건 아닐까 반성하는 일이 잦았는데 아이들의 안전기지로서 엄마의 역할을 다하고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책은 정신의학자의 저서로서 생각보다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그렇지만 자신의 사례에 대입해서 길을 찾아나가는 방법으로 읽다보면 자신의 예민함과 대면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