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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어버렸는걸
모리시타 에미코 지음, 김지혜 옮김 / 재미주의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만 사십세가 되니 나라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검진권을 보내왔다.
쭉 모른 채 잊고 지내다가 상반기 마지막 검진월이 지난 달이어서 부랴부랴 이것저것 검진을 받았고 오늘 결과가 적힌 우편물이 왔다.
약간의 빈혈을 비롯한 몇가지 의심증상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여기에 다른 의심질환이 추가되어 있었다.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를 보면서 내 마흔은 참 병이라는 훈장을 착실히도 쌓아왔구나 싶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일본 만화작가 모리시타 에미코의 이야기에서는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달라지는 미묘한 시점을 잘 집어낸다.
만화가든 작가든 작품을 발표하기 전에는 그들의 표현대로 '개점휴업' 상태이니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다고 내세우기가 어려울 것이다.
미혼의 사십대 작가에게 '요즘 뭐 하고 지내요?' 라고 묻는 자연스러운 행동도 생각지 못하게 난처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모리시타 에미코의 만화에서는 그 상황을 좀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만화를 보면서 정말 공감했던 부분이 신체의 변화 때문에 달라진 상황에 대한 묘사였다. 피부고민으로 화장품만 사던 예전과 달리 이제 한방약품도 같이 사면서 피부건강을 챙긴다던지.

가운데 머리를 가리는 이유가 송송 빠진 머리 가르마에 흰머리까지 나서 가리기 위해서라던지 하는 점 등이다. 나도 가르마가 훤해져서 고민하던 때가 생각 나 웃음이 나기도 했다.

길치인 자신을 알기 때문에 큰 가방에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스마트폰 지도앱을 동아줄처럼 쥐고 낯선 곳을 찾아헤매던 게 생각나기도 했다.
아직 머리 빠진다고 고민해 볼 일 없는, 이너스킨 챙긴다고 화장품에 한방약품까지 챙겨 먹어본 적 없는 아이들은 절대로 이해못할 사십대의 일상이지만 그저 나이 때문이 아니라 조금 더 건강을 챙기고 조심스러워지는 언니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