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부자
김동호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돈에 관해서 그리고 재산에 관해서 우리나라사람들은 많이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 많으면 으례 나쁜 짓을 많이 했겠거니, 무슨 구린 뒤가 있겠거니. 특히 공직에 있는 사람이 그렇다면 그것은 분명히 비리를 숨겨두고 만든 재산이겠거니. 그래서 반대로 열심히 일하고 재산을 증식한 사람들에 대해 그 노고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부자들이 노블리스오블리제, 사회에 대한 공헌을 하지 않는다고 불평도 한다. 기독교인으로서 부자는 어떤 것인가? 재산증식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아주 뜨거운 감자와 같은 소재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아주 현실적으로 잘 풀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이론적으로만 이 문제를 풀어가지도 않고 또 어떤 당위성만을 가지고 이끌어가지도 않는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어떻게 도덕성을 유지해 갈 수 있는지 재산을 많이 가지면서도 신앙과 신앞에서의 겸허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 많은 재산을 가졌지만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감당해갈 수 있는지 아주 명쾌하게 풀어가는 것 같다. 그는 재산증식에 대해 일단 긍정적이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재산증식의 과정에 하나님의 몫, 즉 십일조를 분명하게 따로 떼어야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몫이외에 사회, 공동체에 대한 몫까지도 요구한다.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그 책임을 다하다보면 자신의 수입의 34%정도를 따로 떼어서 자신의 씀씀이 외에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나머지의 재산은 자신의 것이므로 충분히 사용하고 저축도 하고 자녀를 위한 유산도 준비하고 노후를 위한 준비도 하라는 것이다. 아주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아주 도덕적으로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내내 버릴 수 없는 한가지는 그가 서울, 특히 지식인, 중산층을 위주로 하는 교회의 목회자가 아니었나? 그리고 그는 다른 목회자들에 비해 더 좋은 조건의 교육배경과 경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가 초기 사역했던 교회도 우리나라에서 내노라하는 교회들이다. 물론 그는 그곳에서 충분한 사례를 받았고 목회자들중에서는 그래도 여유있는 생활을 하던 사람이다. 얼마전 그의 교회인터넷 게시판에 누군가 그의 연봉이 얼마라고 밝히면서 따져묻던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부르조아적인 기독교 사상을 느꼈다. 정말 어려운 사람, 정말 가난을 못벗어나고 고통당하는 사람, 한두푼 쥐어준다고 그의 삶이 개선될 수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었다. 단지 십일조외에 얼마를 떼어 사람들을 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 된다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신약성경을 내내 읽다보면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 그리고 첫교회들의 모습, 사도 바울의 삶 그 모든 것들은 이 책 저자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약의 그 많은 가르침과 내용에도 불구하고 구약의 일부 구절에만 그토록 매달려서 자신의 주장을 만들어가는 것은 많이 아쉬움을 남긴다. 나는 좀더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기독교 지도자로서의 발언을 기대했다. 그의 교회의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성경적 면죄부(재산에 대한)를 주기에는 아주 적당했다. 그들은 상당한 양의 재산을 십일조와 구제로 이미 떼어놓았기에 어느정도 책임을 다했다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그 정도의 헌금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목표로 자신의 신앙과 믿음을 가꾸어갈 수 있을 테니 그것도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기독교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그정도 수준일까? 그리고 신약의 종교인 개신교 기독교가 그정도의 윤리에 머물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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