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을 쓰는 것이란 인생을 쓰는 것이다. 하나의 인생을 창조해내는 것이란 때로 고통스럽다. 그러나 고통을 뛰어넘는 기쁨이 있다. 그 이야기가 흘러 어떤 이에겐 위로가, 다른 이에겐 도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살아있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소설을, 그리고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냇물로 다가와서 저마다의 대양이 된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이야기느 어떻게 시작되어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가, 이 책은 25편의 소설과 소설론으로 소설의 모든 순간들을 파헤치는 책이다.
소설을 쓰는 순간들이라는 책은, 얼핏 들었을 때 소설인가? 소설에 대한 평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 대한 소설 형식을 가진 이 글은 어떤 다양한 매력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소설의 구성은 우리가 중학교때 배우는 소설의 전개 과정 형식을 차용했다. 발단, 전개, 절정 결말 그리고 에필로그로 되어있다.
저자는 소설의 발단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 우리는 보통 발단을 소설을 시작하는 워밍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발단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 정말 멋진 일을 하기 위한 행동을 개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발단은 시작이 아닌, 긴장상태인 이야기의 중간이지만 그 상황을 독자가 잘 알 수 있게 알려주는 단계임을 시사한다. 발단에 대한 간단한 안내 후 발단에 관한 조각 글들을 모아놓았다. 다양한 브레인스토밍 같은 이야기들이 독자에게 와서 서사가 되고 그 서사가 이어져서 하나의 멋진 그들만의 소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저자는 전개를 잘 시작된 긴장상태의 서사가 올바른 속도로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영화를 중간부터 봐도 앞뒤내용이 상상 되는 영화들이 있듯이 전개부분만 봐도 앞뒤 내용을 상상할수 있게 짜임새 있게 쓴 전개를 좋은 전개라고 소개하고 있다. 절정은 더 이상 진전이 있을 수 없는 클라이맥스 상태이지만, 그 상태로 절벽이 아닌 파도와 같이 다음 단계가 있는 즉, 결말을 위한 길이 열려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말은 인위적이지 않은, 절정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형태가 좋은 결말이라고 말하고 있다.
소설을 읽고 나서 어떠한 감정적인 감상에 머물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를 구상해 보고 또 써볼 용기를 준다는 점에서 다시 보고 싶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