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노우에야스시의 <검푸른 해협>은, 원제가 <풍도風濤;futo>이다.

1963년에 1,2부로 나뉘어 씌여지고 출간된 역사소설인데,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살려내서, 생생한 역사를 느낄수 있는 역작이다.

독자로 하여금 이렇게 애를 끊을 정도의 비통함에 가슴을 후벼파는 그 힘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고려사' '원사'를 바탕으로하고, 특히 상주문은 '고려사'에서 인용)

원나라에서 일본정복을 하고자 세조쿠빌라이가 고려조정에 보낸 조서에 적힌 말이 있다.

'풍도험조함을 내세워 거절치말라. 일찍이 통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변명치 말라'

이는 이미 몽골의 침략으로 쑥대밭이 되고 강화도로 천도까지 한 고려에, 다른 양태의 처참한 유린이 예고된 통첩이였고, 여기에서 원제를 따오게 된것이다. 풍도.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부터 밝혀야겠다.

신영복씨의 <더불어숲> 일본편에서 감명깊은 소설이였노라고 이 책을 언급하였기에 서둘러 읽게 되었다.

단박인터뷰를 통해 느낀 신영복씨는 보통이 넘는 분임에 틀림없었다. 단순하고 우스운 질문을 뛰어넘는 진지하고도 그만의 철학이 담긴 답변에서 말이다.

다시 <검푸른 해협>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책은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일본학연구소에서 성심껏 번역한 번역서이다.

일본통인 남편이 한 말이 새삼 떠올랐는데, 일본책에선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오자 誤字를 찾아 볼수가 없는 반면, 우리나라 책은 오자가 없는 책이 없을 정도라는 얘기였다.

이 책 역시 364쪽 분량이니 얇은 책은 아니다. 정성껏 번역하여 잉태한 책이거늘, 역시 오자가 두군데서 발견되었다. 일본책이 바다건너 오니 오자를 안고 오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푸른 해협>은,

징기스칸의 손자인 세조 쿠빌라이의 일본정벌야망에서 비롯되어 대병단을 두차례나 출정을 했으나, 태풍(카미카제神風)탓인지 일본에는 제대로 상륙도 못하고 대참패한 역사에서, 당시 한반도의 슬픈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몽고의 침략을 받고 그들이 세운 원나라의 불가항력앞에서 35년간 그 비운의 신명을 다하는 고려의 원종과 충렬왕과 대신들의 모습을 이렇게 그려내고 있는 이 '이노우에야스시'라는 일본작가는 어떤 마음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을까.

카미카제로 받아들이는 일본의 섬나라적 사관에서 벗어나 동양사적 사관에서 접근해보는 그 시각이 하나일 것이고, 역자의 말대로 일본의 패전과 미군에 의한 점령체험에서, 원의 압제하에 놓은 고려의 비극을 그린 우의寓意소설로 볼수도 있을것이다.

몽골의 침략으로 국토가 피폐해져 견디다 못해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도로 옮긴 해가 1232년, 태자 전이 14세때.
태자 전이 41세가 되던 1259년 항표를 지니고 몽골에 입조하고, 헌종의 붕어로 후계자 쿠빌라이를 대면하기에 이른다.

여기에서 태자전-후에 원종-은 쿠빌라이의 온화하고 자애스러운 말과 풍체에 도취될 지경에 이르는데,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세조 쿠빌라이의 일본정벌의 야망으로 원종은 재위15년을 몽골의 유린속에서 보내야만 했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더욱 가혹하게 일본정벌 준비로 내모는 군주로서의 처절한 자괴감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철저하게 짓밟힌 땅을 바라보며 마침내 목소리마저 잃은 원종은 승하하고 태자심이 충렬왕이 된다.

충렬왕은 대제국 원을 인정하고 이장용재상의 제안대로 쿠빌라이의 딸 쿠쓰루가이미시공주(원성공주)와 혼인관계까지 맺는다. 그러나 두번째 일본정벌은 끝내 피할 수가 없다. 고려는 세조의 칙령에 의해서 주함900척, 정규군 1만, 사공 1만5천, 병량 11만석을 준비하는데, 나라는 큰나무 한뿌리 찾기 힘들만큼 유린되었고, 남자란 노약자까지 모조리 끌려갔다. 그러나, 원의 강남에서 출항한 10만군사는 하룻밤 폭풍으로 모두 전사하고 만다. 조수에 밀려온 주검들이 합포만에 일렁거리며 쌓이고 있었다.

이 책의 등장인물묘사는 상황이 중심이 되어, 원종이 세조에 대한 도취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왕으로, 충렬왕은 실리를 도모하는 왕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이장용 김방경은 나라를 구하려는 강직한 충신으로, 홍다구는 고려의 불행이며 세조의 감추어진 모습을 대신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여기서 홍다구는 고려인 홍복원의 아들인데, 홍복원의 아비 홍대의가 압록강변 장군으로 있을때 몽골침략을 받고 순순히 항복을 하며 몽골군의 앞장이 노릇을 하여 고려에 해를 끼친 인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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