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은 조금 분위가 다른 것같다. 힘겹게 악전고투하며 계곡을 따라 협곡을 오르다가 어느덧 봉우리를 내려와 한꺼풀 두꺼운 옷을 벗고 그간 흘린 땀을 식히며 풍경을 돌아보며 편안하게 하산하는 느낌이다.각 파트마다 제목이 있고 각 내용들은 에피소드와 그 에피소드에 어울리는 책 한 권씩을 엮어 들려준다. 그냥 책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자신 혹은 타인의 고통과 문제상황을 이야기하면서 그 상황을 이겨내고자 용을 쓰는 과정에서 만난 책들이다. 나 역시 힘들거나 슬플 때 책으로 도피하곤 한다. 책을 읽는 동안은 현실에서 떠나올 수 있으니 잠시 책 속에 숨어서 숨을 고른다. 하지만 은유작가는 나와 달리 도피가 아닌 오히려 현실로 들어가는 문으로서의 독서다. 그녀는 책을 통해 문제를 적확하게 파악해내고 책에서 현실로 통하는 문의 열쇠를 찾아낸다.같은 워킹맘이어서, 같은 여자여서 더 그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 솔깃해지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작가가 소개한 책을 찾아서 읽게 된다. 이것이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같은 세계를 경험하고 같은 식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거니까.특히 서문에서 작가가 '해방은 평화를 몰고 오는 것이다 '라고 말하며 독자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책을 통해 억압과 슬픔으로부터 해방되길 바라며 썼다고 밝히고 있다.그 전의 책들보다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때문에 깊이보다는 조금은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가볍게 다가오는 삶과 책 이야기 속을 조금만 고개숙여 응시하면 절로 어깨와 등이 저릿해지는 책.처음 읽을 땐. 여느 에세이집과 비슷한가 싶었지만 다시 책장을 넘겨보면 어느샌가 내가, 한국중년 여성이, 워킹맘이, 며느리가, 딸의 그림자가 보여서 놀라게 되는 책.이 책을 읽어도 해방은 되지 않았다.다만, 해방을 준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