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 연쇄살인범의 딸이 써 내려간 잔혹한 진실
에이프릴 발라시오 지음, 최윤영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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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연쇄살인마는 남을 해치는 나쁜 사람이지만, 자신의 자식을 사랑한다는데 과연 그럴까요? 어느 날, 지나가는 말로 연쇄살인마 유영철이 자신의 자식은 끔찍하게 사랑했다는 걸 보고 나서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가 정말로 자신의 자식을 사랑할 수 있을까?"란 의혹과 "그런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란 게 결합되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받고 나서 가장 놀랐던 건 약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책에 연쇄살인범의 딸 '에이프릴'의 글이 담겨 있었고 띠지의 "우리 가족이 사는 곳에선 반드시 누군가 살해된다."라는 말이 두꺼운 500쪽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생각보다 아버지 '웨인'의 행동이 매우 끔찍하다는 것과 '에이프릴'이 아버지에게 느끼는 사랑의 과정과 정상적인 가정(일반적으로 살인을 하지 않는 가정)에서 느끼는 사랑이 많이 다르다는 점. 그래서 '에이프릴'이 성인이 되면서도 아버지가 "설마 그랬을까?"라고 생각하고 동생 '제닌'이 말할 때 충격을 먹거나 동생 '제프' 또한 '에이프릴'과는 방식은 다르지만 사랑에 대해 같은 혼란을 겪는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왜 저렇게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했다고 믿고 '에이프릴'은 저게 사랑이라고 생각해 아버지가 충분한 사랑을 줬다고 생각하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표창원'선생님의 "기이한 정신세계"라는 표현을 꼭 기억하시면 '웨인'이란 인물이 왜 연쇄살인범이고 사이코패스인지 제대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웨인'의 오묘하고 기이한 정신 세계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어떻게 '에이프릴'과 가족들을 옥죄어 오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목차는 작가의 밤, 추천의 글, 프롤로그, 1장 지울 수 없는 흔적, 2장 벗겨지는 베일, 3장 도미노가 쓰러지다, 4장 피의 얼룩을 찾아서, 에필로그, 감사의 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장 지울 수 없는 흔적은 '에이프릴'의 어린 시절로 아버지 '웨인'의 모습을 알기 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2장 벗겨지는 베일은 '에이프릴'이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의심과 사랑에 대한 혼란을, 3장 도미노가 쓰러지다는 '에이프릴'이 신고를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 4장 피의 얼룩을 찾아서는 '웨인'의 피해자를 찾는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아버지 '웨인'의 과거도 등장하는데 그 부분은 '에이프릴'이 직접 읽은 '웨인'의 회고록 부분입니다.



이 이야기는 '웨인'의 딸 '에이프릴'이 아버지의 범죄 사실을 추측에서 확신으로. 확신에서 죄책감으로 세상에 알리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에이프릴'에게는 4명의 동생이 있었고 동생들은 누나/언니가 아버지를 고발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에이프릴'은 죽은 자들의 가족에게는 알려야 하고 정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신고를 했습니다. 아버지를 신고하고 어머니는 드디어 감옥에서 벗어난 듯 홀가분해졌지만, 동생들은 자신들의 인생에 아버지에 영향이 생기며 '에이프릴'과 연을 끊었고 '에이프릴'의 남편 또한 사이가 극악으로 치닫고 자식들 중 딸과 최악의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에이프릴'은 같은 피해자인 가족들과 가해자인 아버지에게는 외면을 받았지만,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의 유족들에게는 위안을 얻었고 '에이프릴'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억측을 잡고 유족들에게 감사와 사죄의 의미를 담고 아버지의 과거부터 '에이프릴'이 현재까지 조사한 아버지의 사건까지 기록한 책입니다.
 그리고 '에이프릴'은 아버지 '웨인'에게 어릴 적부터 사랑을 받지만, 그건 학대를 동반한 것이었습니다. 크면서 '웨인'을 의심하면서부터 눈 밖에 난 '에이프릴'은 '웨인'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고 증오를 하면서 그를 멀리 떨어트려 놓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그때는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몇 가지 생각할 거리가 생겼습니다. 첫째로는, '웨인'의 기이한 정신세계. 그러니깐 단순히 사이코패스인가 였습니다. 여자와 성관계, 살인 부분의 집착은 사이코패스의 모습이지만, '에이프릴'에 대한 집착은 '에이프릴'에 대해 자신을 투영하고 그런 나르시시스트의 성향이 보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웨인'의 사랑은 자신과의 약속일 뿐 진정한 사랑이 아니였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 되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그 "기이한 정신세계"를 봤습니다.

 두 번째는 엄마 '케이'의 행동입니다. 엄마는 왜 '에이프릴'을 지키지 않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에이프릴'도 책에 본인의 엄마가 왜 본인들을 지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적었습니다. 특히 "손톱깎이" 사건을요. 저도 읽으면서 아무리 아빠에 대한 피해자지만 동시에 가해자가 되버려서 크게 옹호해주지 못했습니다. 거기다 엄마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아빠 '웨인'을 떠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엄마가 무엇을 할 줄 알면 아빠의 범죄에 자신을 이용할까 의욕도 없이 아무것도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로 '에이프릴'의 말처럼 아빠를 너무 좋아해서 보석금을 내줄 정도로 의지하는 것인데 이것도 저는 가스라이팅의 결과라고 봤습니다.

 마지막은 동생들입니다. 넷째 동생 '제프'를 통해서는 '제프'가 '에이프릴'의 어릴 때처럼 얼마나 '웨인'을 사랑하고 아빠가 사람을 죽였을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제프'와 '제닌'은 위의 세 형제와는 달리 '웨인'의 잔인한 모습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해서 그런지 오히려 '에이프릴'을 비난하는 듯한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았고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착잡해지고 가스라이팅의 결과로 가족들이 조금씩 '웨인'에 의해 정신적으로 무너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번역이 엄청나게 매끄럽다는 것입니다. 제가 각 나라별로 책을 읽어 봤을 때, 미국의 책은 살짝 어순이 꼬인다고 해야할까나요? 매끄럽지 않은 변역(약간 번역투)때문에 읽기가 힘겨워서 어거지로 읽은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최윤영' 변역가님이 제대로 변역을 해줘서 그런지 숨참고 5시간을 넘게 읽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단어와 문장이 없어서 마지막까지 '웨인'과 '에이프릴'의 관계 변화에 집중해서 볼 수 있었고 '웨인'의 담담한 범죄 실토에 경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매끄러운 번역 때문에 이 두꺼운 <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를 완주할 수 있었고 위의 생각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 책을 읽는 동안에 스스로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웨인'은 '에이프릴'을 사랑한 것일까? 그리고 내가 '에이프릴'이라면 아버지의 범행을 밝힐 수 있을까?" 전자의 정답은 책 속에 있고 후자의 답은 저라면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범죄 심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과 연쇄살인범 '웨인'이 '에이프릴'에게 준 게 사랑이 맞는지 답이 궁금하신 분들, 사이코패스나 연쇄살인마의 가족들의 일상을 엿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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