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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옹호자 예수 - 성경과 성소수자
김지학 지음 / 생각비행 / 2018년 5월
평점 :
인권 옹호자 예수 책을 처음 만났을 땐, 기독인에게 ‘동성애는 죄이며, 우리가 그들을 정죄할 수는 없지만 교회에 올 수 있게 만들어서 회개하게 만들어야한다.’라고 너무 오래 설득당한 후였습니다. 성소수자를 지지함을 표현하고, 어째서 그게 죄냐고 여쭤봤을 때 성경 구절을 몇 개 가져다가 계속해서 언급하셨습니다. 성경을 근거로 말씀하시니 제가 반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외 목사님들 중에서 동성애를 지지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분들은 전부 성경을 잘못 해석하신 거냐 라고 여쭤봤을 때 결국 ‘유교문화’까지 언급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성경을 해석하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상상해봐라. 유교문화인 한국에서 동성끼리 손을 잡고 다니고, 뽀뽀를 하는 상황을. 너라면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겠냐?’ 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걸 보면서 굉장히 허탈했습니다. 또 하나님의 섭리를 계속해서 언급하시면서, 창조 섭리를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죄이다. 라는 강조를 한 시간 넘게 하셨습니다. 멘탈이 탈탈 털리다 못해 제 존재성까지 무시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랜 대화 끝에 그 사람이 추천해준 책은 ‘성경’에서 왜 동성애를 죄라고 주장하는지에 대해 쓰인 책이었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반대의 입장을 깔고 성경을 해석하는 책이어서 너무 읽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찾았고, 이미 <인권옹호자 예수>를 읽은 친구가 적극적으로 책을 추천해줘서 당장 그 책을 빌리게 됐습니다. 모든 정신이 나간 후였고, 어떻게든 아니라는 것을 찾아내야 내가 살 것 같아서 급하게 책을 구했던 것 같습니다.
책에는 극우 보수 기독교 세력들에 대한 얘기를 하며 2000년 전에 쓰인 성경을 본인들의 입맛대로 해석하고, 그걸 근거로 소수자들을 핍박하고 차별하고 억압하고 있다는 내용이 책에 너무 잘 담겨있었습니다. 비기독교인의 시각과 관점이 아닌, 직접 해석한 성경의 이야기와 말씀을 통해 기독교인들이 내뱉고 있는 주장과 근거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기독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논리를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인권옹호자 예수 책에는 그러한 기독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논리로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있었습니다. 뭔가 이 책 하나면 잘못된 논리로 반대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거라고 얘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기독교인들이 성소수자를 반대하기 위해 사용하는 문장들은 앞뒤 맥락 없이 딱 그 구절 하나 인용해서 반대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또 어떠한 맥락에서 반대하고 있는지 그 맥락들은 어디가 잘못된 것이고 어떻게 다시 바라봐야하는지 나와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주변 기독인들에게 더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고, 혹시 잘못된 논리로 성소수자를 반대한다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잘못됐다고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독교 내에 성소수자들은 그 안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차별받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차별적인 발언을 해도 된다라고 얘기한 적 없었고, 또한 테러를 해도 된다라고 얘기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을 갖고 있고, 성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요 종교인들이 종교를 빌미로 자신들의 불편한 마음을 진리인 양 표현하는 것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불편합니다. 기독인으로서 소신을 가지고 그들의 잘못된 논리를 반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강하게 느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소개해줬는데, 여태껏 자신이 잘못 생각해오고 말하고 표현하는 대로 믿어온 게 미안하다 라고 표현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종교의 뒤에 서서 혐오 표현을 마음껏 해 왔던 자신들을 반성하면서 앞으로 지지자의 삶을 살겠다고 말해준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런 무기 없이 기독교인들을 설득하는 게 힘들었다면 이제는 무기로 쓸 수 있는 책을 만난 것 같아 든든합니다. 또한 ‘인권옹호자 예수’라는 직접적인 이름으로, 기독인으로서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해야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믿는 예수님은, 제가 믿는 하나님은 어떤 사람의 정체성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시거나 미워하시지 않을 테니, 저도 그 삶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독인이라는 제 종교가 부끄러울 정도로 나쁜 일들을 일삼는 반대세력이 많습니다. 기성세대의 어른들을 만났을 땐 오랜 기간 교육받아온 게 마음에 너무 깊이 새겨져 있으셔서 어떻게 그 고정관념을 깰 수 있을지 참 갑갑하지만, 그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논리가 적혀있는 책이라 적극 추천합니다. 낮은 자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예수님의 시선을 따라살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꼭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