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부회장 - 떠드는 아이들 1 노란 잠수함 2
송미경 지음, 하재욱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송미경 작가의 글을 연달아 읽다 보면, 중심을 잡아채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분위기는 대체로 묵직하면서도 진득거리는 편이라, 가슴 한 구석에 오래토록 남아있다. ‘대체로 묵직한’ 분위기 탓에 송미경 작가의 글이 무겁다는 편견을 갖기 십상이지만, <어쩌다 부회장>을 읽으면서 내 마음의 중심을 붙들었던 느낌이 ‘묵직한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럼 대체 뭘까? 매 작품마다 독자를 사로잡는 그 찐득한 느낌은.

그 본질적인 느낌에 집중하면서 <어쩌다 부회장>을 읽었다. 이전에 쓴 작품에 비해 <어쩌다 부회장>은 소소하면서도 즐거운 일에 집중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묵직하면서도 진득거리는 분위기가 묻어나는데, 그 이유는 이 이야기의 중심에 ‘행복을 미뤄둔 아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현실의 때가 묻지 않은 아이는 마냥 행복하게 지내다, 언니가 받았던 부회장 임명장이 부러워서 부회장 선거에 나간다. 저학년, 순수와 현실의 경계에서 순수 쪽으로 치우친 아이들에게 묻어나는 현실의 분위기가, 예의 묵직하면서도 찐득한 잔상을 남기고야 마는 거다. 대체로 그런 식이다. 송미경 작가의 글은. 이상을 얘기하는 듯하지만, 언제나 거기에는 냉랭한 현실이 있고, 현실을 말하는 것 같지만, 거기에는 아직 품어볼 만한 희망이 남아있다.

이런 분위기 말고도, 송미경 작가의 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음식’ 혹은 ‘먹는 행위’이다. 이전에 쓴 <일기 먹는 일기장>, <통조림 학원>, <돌 씹어 먹는 아이>처럼 제목에 음식이나 먹는 행위가 드러내는 작품도 있는데, 작품을 살펴보면 그 안에서 등장인물이 뭔가를 먹고는 한다. (이번 작품 <어쩌다 부회장>에서는 주인공이 기분 나빠지려는 것을 막기 위해 에어컨 위에 숨겨 둔 가나다라 초콜릿을 꺼내 먹는다.) 내가 보기에 인물의 먹는 행위는 대체로 결핍을 채우려는 노력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결핍은 채워지지 않는데, 먹는 것은 소화와 배설로 이어지는, 온전한 채움이 될 수 없는 반복 행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결핍이 현실과 순수를 오가는 글을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영원히 품고 고민해야 할 문제를, 음식이라는 대체물에 투영하여 드러내는 거다. <어쩌다 부회장>은 어쩌다 부회장이 된 이야기였다. 그 ‘어쩌다’에 모든 내용이 담겨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쩌다 이뤄진 그 분위기가 잘 녹아든, ‘그래! 애들은 이렇게 살아야지!’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송미경 작가다운 글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