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
박종인 외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학교에 가면요, 세상이 보여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배우고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알게 돼요."  p171(아프리카에 사는 쿠마)
학교에 가는 대신 종일 돌을 깨트리는 네팔의 루빠.
집을 나와 버스의 차장이 된 네팔의 순버하둘.
단지 배우기 위해 히말라야를 넘는 조그마한 티벳의 아이들.
노동의 고통에 스스로 목숨을 끓으려 했던 인도의 문니스와리.
암묵적인 동의아래 어린 소녀들의 매춘이 행에지는 캄보디아의 몽.
저주받은 아이에서 희망의 아이가 된 우간다의 베나.
명예살인의 희생자에서 위대한 여성 지도자가 된 비비.
 
위험을 무릅쓰고 네팔, 티베트, 인도, 캄보디아, 우간다 등을 돌았던 특별취재팀이 들려주는 소외된 지역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 배우고 뛰어놀며 꿈을 꿔야 할 아이들이 값싼 노동에 꿈이 짓밟히고 있다. 표정을 잃고 배고픔에 허덕이고, 배움에 허덕인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책을 읽는 이들이 아이들의 고통과 절망뿐 아니라 이겨낼 수 있는 잠재력과 도움줄 수 있는 희망도 맛 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덧1)
훗날 소문으로는 이들 죽은 자들은 초오유 설산 깊은 크레바스에 버려졌다고 했다. 쓰러진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인도로 향하던 티베트인들이고 총을 겨눈 이들은 중국 국경 수비대 대원들이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고산을 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그 높은 산에 주둔하는 군사들. 이 비현실적인 현실 앞에서 우리의 의문은 오직 하나였다. 도대체 왜? p47
1959년 티베트를 무략침략한 중국정부를 피해서 티베트 사람들은 인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웠다.
어떤 경로든 반드시 랑파 라를 넘어야 티베트에서 인도로 넘어올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영하 40도의 설산을 넘는 고통뿐만이 아니라 그 곳에는 중국의 군인들이 그 곳을 넘으려는 티베트 사람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한다.
아홉살 짜리 여자아이 잠파는 부모를 두고 혼자서 히말라야를 넘어야했으며, 히말라야를 넘으며 부모를 잃은 아이들도 많다.
배우고 싶다는 욕구는 목숨과 맞바꿀만한 가치가 분명있는 것일까?
한현우 기자의 말처럼, 그들이 마침내 남의 나라에서 망명객으로 떠도는 시간이 멈추게 될 그날을, 나 또한 소원한다. 
 
"의사가 되고 싶어요. 다른 사람을 돕고, 다음 세상을 위해 덕을 쌓을 수도 있으니까요."아홉살 아이가 다음 생을 이야기한다. 이 생에 주어진 자신의 삶이 이리도 고단하거늘, 너는 남을 돕겠다며 다음 생을 꿈꾸는구나. p58
 
-덧2)
쓰레기로 배를 채운 아이들은 미라 잎을 주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미라는 마약으로 분류된 식물 잎이다. 마티아스가 말했다. "미라잎을 씹으면 하루 종일 잠도 오지 않고, 배도 고프지 않아요. 그러다 다음날 하루 종일 곯아떨어져 자게 돼죠." 아이들에겐 '자그마치 이틀'이라는 긴 시간을 힘들이지 않고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미라 잎을 씹는 것이다. p159. 케냐
 
2003년 5월29일 오전 8시. 열다섯 살 소년 조프리 오비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무치위니 마을에 살면서 매달 한국인으로부터 꾸준히 후원을 받아 공부하던 소년이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기술을 배워 돈을 벌겠다는 꿈을 꾸던 아이였다. 등교 준비를 하던 아침, 반군이 무치위니에 들이닥쳤다. 어린 조프리를 끌고 산으로 데려간 반군은 아이의 두 손을 묶고선 귀를 자르고 손가락을 모두 자르고 입술을 도려내버렸다. 울부짖는 아이에게 그들이 웃으며 말했다. "돌아가서 우리가 얼마나 잔인한지 사람들에게 말하라." p192. 우간다
천사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의 부모인가? 반군인가? 
커피를 마시며, 혹시 나도 천사들을 아프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근래 보았던 다큐 프로에서, 여행자의 특별한 여행법이 생각난다.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시설을 이용하고 현지제품을 구입하며, 동물을 학대하는 투어에는 참여하지 않는 등, 윤리적 소비에 초점을 맞춘 여행. 말 그대로 공정 여행기. 여행객이 쓰는 돈의 대부분이 다국적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반대하고, 수익을 로컬인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의 여행이었다. 여행자들은 여행내내 자신의 올바른 소비행태에 대해 생각한 후 소비한다. 단순히 자기 위주의 덜 쓰는 소비가 아닌, 여행지의 사람들을 우선 생각하는 타인이 중시되는 착한 여행법이었다. 그리고 이런 공정여행법은, 조금 다른 형태로 요즘 심심찮게 우리의 생활에서도 볼 수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시러 가면 카페내에 "우리는 공정무역에 의한 커피만을 판매합니다"라는 글귀같은 것들, 그곳에서 커피 한 잔의 소비는, 괜히 내가 착한 짓까지 한 것같은 마음까지 행복해지는 소비였다. 타국의 본 적도 없는 아이의 노동에 가슴아파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정도일 것이다. 결국 거대한 패러다임 구조를 나 홀로 갑자기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이런 작은 행동 하나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하나쯤..이라는 마음보다는, 이것부터..라는 소소하지만 결코 작지는 않다라는 생각과 함께..
 

------
아이들의 삶을 취재했던 기자들은, 이후 다시한번 그들을 방문한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가지고 돌을 깨던 루빠에게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주고, 폭발사고로 4년 동안 집 안에만 있던 치트라의 화상을 치료해준다. 포주에게 돈을 주고 집장촌을 헤매던 몽을 빼내온다. 그리고 자신들의 방문이, 나눔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길 바란다.
염소한마리의 희망을 더 큰 희망으로, 자신이 받았던 희망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주는 우간다의 제리처럼..
이 아이들도 그렇게 될 수있기를....
 

Pay It Forward.
peaceful coexistenc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요한것은 기억이 아니라 태도예요. 자신을 열어야 할 순간에 열어버리는것, 그래보는것, 그것이 중요하지요. 오늘 머문 이곳의 지명과 이곳에 있던 아름다운 성곽따위는 잊어도 좋아요. 그러나 오늘 열어본 경험은 '태도'가 되어 퇴적층처럼 정직하게 쌓일겁니다. 그 태도는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면서 '지금이것이 삶이다' 라고 느끼는 순간, 질질 끌지 않고 미뤄두지 않고 자신을 통째로 던져 '확 살아버릴'줄 알게 하겠죠. 그러한 경험없이 성인이 되면,반쯤 죽은 듯 살게 됩니다. 일상의 노예가 되지요. 저는 생명으로 자식을 이 세상에 데려왔으니 느낄 수있도록 도와주는게 부모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지상의 <나는 늘 아프리카가 그립다> 이후 아프리카 여행책 중 가장 맘에 든 책.

그녀의 사진은 전문가적인 무언가가 부족한 것 같지만 따뜻하고 그녀의 글은 매번 만날 때마다 좋다라는 말을 연발한다.

감정에 치우친 여행서는, 가고싶다라는 생각이 들게하지만 책을 읽고난 후 '기억나는 것이 없다' 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반대로 여행에 필요한 기술과 팁을 위주로 실은 여행서는 지루하다. 당장 그곳에 갈 일이 아니라면 더욱더..

그녀의 여행서는 이 미묘한 선을 넘나들며 보는 이를 이끌어 간다.

복잡하고 머리아프지 않게.. 읽는 이의 가슴까지 따뜻하고 부끄럽고 감사하게..짧은 시간동안 많은 종류의 감정을 오가게 만드는 힘까지 있다.

이번 여행에서 무엇이 가장 좋았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그녀의 아이인 중빈이 말한다.

  "사람이 가장 좋아요"

멋진 풍경이나 유적지, 아이가 그리 보고싶어하던 동물등이 아니라 그 곳에 사는 사람이 좋다고 말한다.

중빈을 이끄는 그녀의 여행이 여행지를 가벼이 훝어보는 것이 아니라 깊숙이 들여다 보는 기분이 든다.

순수하여 솔직할 수 있는 아이가, 사람이 좋다라는 추상적이지만 함축적인 말로 그들의 여행법을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원하는 것은 달에 가까울까? 아님 6펜스에 가까운 것들일까?
 

--
덧1) 

스트릭랜드.

단 한가지에 오롯이 인생을 바치는 그의 결단력.

다른것에는 신경쓰지 않는 그의 고집.

낙담을 모르는 그의 꿋꿋함.

주변 사람들은 고려하지않는 그의 말투와 행동. 

오두막 한가득 그려진 그림.

위대한 걸작이 잿더미가 되는 순간. 

인생의 완성.

 

청춘이란 단어는, 오히려 나보다 그에게 잘 어울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그의 열정.

--
덧2) 
그와 관련하여 가장 헛갈렸던 문제는 바로 이 점이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대체로 자신을 속이는 말이다. 그 말은 아무도 자신의 기벽을 모르리라 생각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또한 기껏해야 자기가 이웃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관은 반대로 행동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낼 뿐이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경향이 탈인습적이라면 세상 사람의 눈에 자신도 쉽사리 탈인습적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터무니없는 자존심을 가지게 된다. 위험 부담 없이 용기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기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는 목소리에도 그 진실함이 담겨져있다.
(그의 마음속에서 들끓고 있는 어떤 격렬한 힘이 내게도 전해 오는 것 같았다. 매우 강렬하고 압도적인 어떤 힘이, 말하자면 저항을 무력하게 하면서 꼼짝할 수 없도록  그들이 사로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p69)

그래도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문명인의 가장 뿌리 깊은 본능일 것이다. 여자가 인습을 넘어서려다가 성난 도덕심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게 되면 기겁을 하고 재빨리 체통이라는 방패를 찾는다. 나는 남들의 의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무지에서 오는 허세이다. 그것은 남들이 자신의 조그만 잘못들을 비난할 때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그들은 아무도 그 잘못을 발견하지 못할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p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약한 인간의 좌절. 그 쓸쓸함에 대하여....

---
덧1)
<<<늘 인간에 대한 공포에 떨고 전율하고 또 인간으로서의 제 언동에 전혀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고뇌는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작은 상자에 담아두고 그 우울함과 긴장감을 숨기고 또 숨긴 채 그저 천진난만한 낙천가인 척 가장하면서, 저는 익살스럽고 약간은 별난 아이로 점차 완성되어 갔습니다.p19

저는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정의니 뭐니 하는 도덕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저한테는 서로 속이면서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이야말로 난해한 것입니다. 인간은 끝내 저한테 그 요령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터득했더라면 제가 인간을 이렇게 두려워하면서 필사적인 서비스 같은 것은 안 해도 됐을 텐테 말입니다. 인간의 삶과 대립되어 밤이면 밤마다 지옥 같은 괴로움을 맛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p27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와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p92 >>>

나는 태생부터 나약한 인간으로 태어났다.

인간은 도저히 이해불가하며 두려운 존재이다.

그래도 살아가기위해 본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일부러 모자르게 행동한다.

다른 누구보다 가족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는 것이 가장어렵다.

그래서 학업을 빌미로 타지로 나와 가족을 벗어났다.

나의 존재를 철저하게 은폐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러나 실패한다.


친구,술, 여자, 마약 그 어떤 것도 나에게 살아갈 희망이 되어주지 못한다.


 

신에게 묻겠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 p131
 

----
덧2)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p134>>>

실제 저자인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 실격>의 요조를 그려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실 제3자의 입장에서 요조를 보았을 때는 부잣집아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
덧3)
그럼에도 다른 이들이 <인간 실격>을 읽고 마지막은, 자신을 이런 모습으로 봐주길 원한 것은 아닐까?

마담이 무심하게 말했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였어요."p1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블랙 미니 드레스 1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16
김민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이여, 오라, 내게는 내가 책임지고 나를 책임져주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 모두가 삶 앞에서는 동맹군이다. 이들이 있는 한, 나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p298(2) 
주인공 유민의 시점으로 쓰여지는 이 소설은, 유민과 그녀의 주위사람들을 통해, 현재의 20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유민은 남들이 한번씩은 다하는 휴학과 어학연수를 거치지않고, 아무런 스펙도 준비하지 못한채 스트레이트로 대학을 졸업했다.
남들 다아는 대학의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객관적으로 외모되고, 성격도 괜찮고,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정의내린,목동에 살지만 강남에 사는 것을 꿈꾸는 스물네살의 여성이다. 낙하산으로 방송국 시사프로의 막내작가로 취업했고 한달 월급은 100만원이 안된다.
그리고 유민의 같은 대학 연극영화과 동기들로 유민보다 예쁘고 클럽 죽순이인 혜지, 유민보다 돈이 많고 뉴욕 유학을 준비중인 민희, 유민보다 똑똑하고 계약직 은행 텔러로 근무중인 수진, 이렇게 4명의 여성이 이 소설의 중심에 있다.
네명은 연극영화과에 아웃사이더로 학교보다는 클럽이나 카페에서 우정을 쌓았고, 모두 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졸업했으며, 4명 모두 풍족한 집안에서 자랐으며 졸업후에도 여전히 클럽을 통해 어울리며 살아간다.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우정이라 믿는 민희에 의해, 남자관계, 취업, 관심사등을 공유하며, 베스트프랜드라는 이름으로 어울리는 사이다.
그리고  그녀들의 24살의 생활이, 1년도 안되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2권으로 이루어진 <나의 블랙 미니 드레스>를 통해 보여진다.

-
덧1)
하지만 남자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경제적 조건이 불만족스럽다는 이유로 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는 냉혹한 여자들의 머릿속을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것은 얼굴조차 모르고 만날지도 불확실한 새 애인의 차와 생일선물로 받을 가방이 아니다. 거실에서 마주칠때마다 한 숨을 푹푹쉬는 엄마의 얼굴이다. x염색체로 태어난 해야 할 효도를 외면하고 있다는 원인 모를 죄책감이.p60  

유민은 남자친구를 좋아하지만 외제차를 가지고 있지, 아니 차가 없다는 이유로 괜찮은 직업은 커녕 취업을 준비해야 할 나이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매번 모텔에 가는 비용까지 그녀가 내야한다는 이유로 그와 헤어진다.
헤어짐에는 그녀가 현재 사는만큼도 누리지 못하고 살까하는 두려움도 존재하지만 더불어 친구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 특히 억단위를 들이며 키운 부모님의 고생을 모른척 할 수없다는 생각도 한 몫한다. 아직까지도 여성은 괜찮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 만큼이나 괜찮은 조건(특히 외형적으로 보이는)을 가지는 남성과의 결혼이 성공한 인생, 부모에게는 성공한 자식농사가 되기도 하는 이유이다.

인생의 패자와 승자가 결정되는 순간은 스무 살 겨울 방학이 아니 대학 졸업 이후부터일까. 나는 불안한 미래를 두려워하면서도 나를 위한 자기계발을 시작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직도 근거없는 낙관주의가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내가 원하는 대로 잘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대책 없는 희망.p182 

세네카는 "미래에 대한 낙관에는 위험스런 순진함이 들어있다." 고 말했다. 이 말을 인용해보자면 남자에 대해 알 만큼은 안다는, 순진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의 삶만큼은 미래에 대해서는 이상스런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어본 적도 매 학기 500만원의 등록금을 내는것이 힘든 적이 단 한번도 힘든적이 없었다. 남자에 대해서는 14살을 시작으로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지만 그녀는 경제적, 특히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배울기회가 없었다. 용돈 달라하면 주는 부모가 있었고 몇번의 투정만 하면 명품 백을 사주는 부모가 있었고, 그녀 주위의 친구들 또한 모두 그랬다. 특히 그녀 스스로 행복의 기준을, 앞으로의 미래의 기준을, 배우자의 기준을, 경제적 능력에 큰 가중치를 두고 있으므로 매달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그제서야 진짜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녀는 그사실이 슬프다라고 말한다.

--
덧2)
결국 남은 것은 불확실뿐이다. 하지만 인생의 불확실함이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아이러니한 인생이라니. p303  

친구의 결혼과 이혼, 죽음, 친구의 성공과 갈등등을 겪으며 소설의 종반에 다달아 그녀는, 낙하산으로 들어간 방송작가일을 엄마에게 선전포고식으로 그만둔다고 말하고 독일로, 유럽의 중심으로, 삶의 중심으로 여행을 가고싶다라고 이야기한다. 목적없이, 바라는 것없이 살던 그녀에게, 바람이 생긴것이다. 
 작가는 해피앤딩으로 마무리짓지않는다. 하지만 희망은 던져준다. 지금 우리가 놓여진 상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므로, 그녀의 말대로 스탑버튼이 없는 런닝머쉰을 뛰는 기분이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왕이면 온전히 자신이 삶의 중심이 되어 말이다.
  

---
칙릿소설의, 20대 여성의 물질적 바람의 대표격인 마놀로블락닉과 스타벅스가 나온다. 그리고 맞닥트리고 싶지않은 현실이 나온다. 작가의 말대로 된장녀의 머리와 심장 사이에서 갈등하는 20대 여성이 나온다.
이 책을 읽을 생각이라면, 가볍다 여기고 그만 덮을까 갈등하면서 50페이지 정도만 넘기면 된다. 50페이지부터는 현실이 나올테고 그러면 책을 덮을 수없을 것이다. 특히 여성이고, 20대라면 말이다.
작가는 읽는 이에게 생각할 여유따위는 주지않고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읽는 이는 의견을 피력하기보다는 그냥 공감하면 된다. 유민의 생각에, 그녀들의 대화에...
그리고는 나의 모습은, 내 친구들의 모습은 소설속에 나오는 누구의 모습일까? 생각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질투심이든, 박탈감이든, 수취심이든, 친한 친구에게조차 드러내고 싶지않았던 여성들의 미묘한 감정을 소설 속 그녀들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을것이다.
모두 다르지만 결국은 같다는 것을, 나 또한 그 사실이 참 큰 위안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