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근처에서 발견한 인간의 자격

인간 실격 ㅣ 새움 세계문학전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18년 8월

네 번의 자살 미수와 다섯 번째의 성공, 삶이 곧 죽음에의 시도로 상징되는 다자이 오사무. 일본을 대표하는 두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가 존경하는 작가로 꼽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실격. 인간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누군가를 비난하는 욕설 같다는 첫인상이 들었다.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책장을 넘기다보면, 이 공격에 가까운 단어가 화자 스스로를 향해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실격의 플롯은 세 가지 수기로 구성된다. 유년기와 소년기/청소년기/청년기가 그것이다. 스스로가 되었어야 할 이상향에 미치지 못하는 행동, 심지어 생각까지 요조를 괴롭힌다. 경제적 우월감으로 시작된 인간의 내면이 자기반성과 연민으로 타락하는 과정에 묘한 나르시시즘이 묻어 있는 것도 같다.

전후 일본이라는 나라를 지배했을 원죄의식, 패배의식이 제대로 된 성찰과 반성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을 비판하려 했던 것일까. 다자이 오사무가 그려낸 ‘인간실격’의 수많은 등장인물 속에서 요조만이 거의 유일하게 부끄러워야 하는 것들에 대해 반성하고 직접적인 반응을 보였다. 요조, 그리고 실제 작가는 그러한 자기반성과 부끄러움에 행동으로 책임을 지었다.
끝없는 추락과 비관에, 조금 염세적이라 우울해질 수도 있는 책이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한 자기성찰과 반성, 그럼에도 인간의 자격이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일본의 대표적 소설이었다. 가볍고 저렴한 가격의 새움출판사의 번역본 역시나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