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처럼 과거 배경에서 책을 찾는 ‘책을’과 ‘섭구’의 이야기는 풍부한 동시에 가볍고 술술 읽힌다. 둘이 스쳐가는 마을마다 수상한 사람들과 특이한 이야기로 꽉 차있으며, 조선을 연상시키나 100% 일치하지는 않는 판타지적 배경이 특이하기 그지 없다. 책을 얻은 후, 그 책에 대해 실재하는 역사적 모티프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되는 챕터 연출은 친절하면서 상징적이다. 현실이면서 현실이 아니고, 소설이면서 소설이 아닌 수많은 상징들에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아닌지 헷갈린다. 판타지 소설에서 이토록 현실성을 느낄 수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