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맨부커상수상작 


📖한줄평 : #챙추천 영혜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연민할 수 있는 비폭력의 발아 (4점/5점)


소화하기에 메슥거리는 책이었다. 담담하고 심심한 문체에 얽혀지는 감각적인 '폭력'에 대한 묘사 때문이었을까. 특히 1부와 2부의 화자는 영혜의 남편과 인혜의 남편인데, 작가가 어느 정도 대비하여 비판하려고 했지 않나 싶은 남성성, 그리고 성에 대한 노골적인 노출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혹자는 생명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영혜를 이들과 대비하여 에코페미니즘적인 해석을 덧붙인다. 재미있는 해석이다. 그렇지만 나는 폭력과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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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2007,8년에 쓴 세 중편 소설을 하나로 엮은 연작소설이다. 고기를 거부하기 시작한 영혜를 지켜보는 '남편'의 이야기 '채식주의자', 처제 영혜의 몽고반점에 강렬한 성적 매력을 느끼는 남자의 이야기 '몽고반점' , 여동생과 남편을 지켜보는 '인혜'의 이야기 ''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소설의 문체가 달라서, 특히 3부에서는 인물 간의 대화에 따옴표가 없어서 읽기 어려웠다. .

세 이야기의 핵심 인물은 영혜이다. 그럼에도, 세 이야기 어디에도 영혜가 1인칭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는다. 다만 1부에서 남편에게 그녀가 말하는 꿈의 단상이나,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대사로 우리는 그녀의 생각을 예측할 뿐이다. 영혜가 거부하는 육식은 그녀에게 생명을 말소하는 폭력을 상징하고 있음에도, 그녀는 채식을 한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억압과 폭력을, 어머니에게 배제를, 형부에게 일종의 성폭력을, 남편에게도 부부강간과 이혼을 당하게 된다. 그나마 영혜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인혜이다. 3부가 가장 덜 자극적이었음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왜일까. .
무언가를 죽이고, 그 살과 고기를 먹는 행위. 육식은 우리 삶에서 너무나도 정상적이다. 그럼에도, 그 정상성의 폭력에 반발한 영혜는 비정상으로 낙인되어 다시금 더없는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세계의 궤도에서 이탈해버렸다. 다른 생명을 죽여야 살아갈 수 있는 동물로서의 자신을 초월하고, 꽃과 나무가 되려했던 채식주의자, 존엄을 지키려다 존엄을 잃은 사람들을 우리는 보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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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것은 아주 복잡하고 위태롭고 깨지기 쉬운 존재라고 생각해요. 특히 인간의 존엄함은 무척 연약한 것이고요. 유리가 거기 있는지도 몰랐지만 깨지고 나면 유리가 깨졌다는 걸 알게 되는 것처럼요. 되돌릴 수 없는 거라서 그만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고 인간의 존엄을 해칠 수 있는 것들을 끈질기게 응시하면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그런 거란 생각을 요새 하고 있어요." - 네이버 캐스트, 소설가 한강의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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