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 - 세계를 담은 한 권의 책이 있다면
김운하 지음 / 필로소픽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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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 김운하. 필로소픽.

- 부제 : 세계를 담은 한 권의 책이 있다면 -

  한줄평 나 또한 평생토록 책만 읽다 죽을 수 있기를 갈망한다

 

1. 제목 및 디자인










이 책의 디자인은 정말 예쁘다은색으로 각인되어 빛나는 제목도 그러하고주변에 자잘히 뿌려져있는 반짝이는 별빛도 그러하고책인듯 꽂혀져 있는 건물들도 그러하다마치 여행의 한 장면처럼독서를 타인의 사유를 탐험하는 혼자만의 여행에 빗대어 그려내는 책의 내용을 담아낸 것 같다요새 책들은 참 디자인이 예쁘게 나오는구나하고 또 한 번 감탄하게 해주었다어디 들고 가도 참 예쁘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점은, 제목이 참 길다. ‘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심지어 세계를 담은 한 권의 책이 있다면라는 부제까지 있다반짝이는 은빛 글자 배치때문인지 참 다독가이자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유명한 김운하 작가는 역시 책의 길이만큼이나실망시키지 않고 샘솟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많은 작가들과 책에 대한 끊임없는 세계들을 창조하면서, 3부에야 비로소 책의 제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특히 이 서랍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이야기하는 마법의 타자기’이다. 이 타자기는 네 번째 서랍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따. 타자기는 스스로 타자를 치면서 끊임없이 환상적이고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자아내는데, 그 이야기들은 이야기되자마자 곧장 이 세계에 출현하여 새로운 세계를 덧붙이곤 한다. 바로 이 마법의 타자기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내기 때문에 이 네 번째 서랍 속의 세상은 그 형태가 수시로 변하는 것이다.” - 211p.


"이 타자기는 스스로 회전하는 회전목마가 둘러싸고 지키고 있다. 누군가 이 타자기를 훔치기 위해 접근하려 하면 회전목마가 빛의 속도로 회전하는데 그 무시무시한 회전속도는 가까이 접근하는 모든 사물들을 모래알처럼 산산조각 내 버린다. 목마들은 유니콘의 형상을 하고 있고, 그 목마들은 이 세계의 중심이자 기원인 타자기를 충실하게 지키는 영원한 파수꾼이다. 이 타자기가 존재하는 한, 이 세계는 무한히 새로운 마법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낼 것이다." - 212p.


각 서랍들을 철학과 문학의 세계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비유하면서뒷 서랍들은 읽은 이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책을 읽을수록 상상력이 참 풍부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2. ‘책덕후’들의 ‘덕질공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으레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공부 좋아하시나봐요?” 그런데 공부를 위한 독서와 재미를 위해 읽는 독서는 정말 다르다전자가 후자에후자가 전자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지만그것은 다른 수많은 취미들이 서로 공유될 수 있는 특정한 지점이 있는 것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독서를 하는 이유는 물론 제각기 다르지만어느 지점에서는 재미를 추구하는 경우도 정말 많을 것이다.

저자도 서문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나 자신의 존재와 삶그리고 이 세계를 둘러싼 온갖 의혹을 풀어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에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고그리고 지금은 독서 행위가 주는 기쁨 자체에 매료된다고 말이다대부분의 스스로 책덕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책 자체가 주는 지식과 교양도 물론 있거니와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책을 읽는 이유는 즐거움’ 자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생각과 환경을 둘러보는 것도 즐겁고인간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되는 것도작가가 그려낸 세계를 탐험하는 것도 책이 주는 무수한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또한책 자체를 쇼핑하는 것도누군가의 손길이 거쳐간 중고 서적을 우연히 만나는 것도다른 사람과 같은 혹은 다른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다른 세상의 즐거운 모든 일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왜 책을 좋아하니?에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은 정말 많지만가장 솔직하고 진솔한 대답은 작가의 말대로 쾌락’ 때문인 것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3. 고전에 대하여


누구나 편식을 한다책에도 마찬가지다문학만 읽는 사람도비문학만 읽는 사람도 있고특정 작가나 특정 나라의 책만 탐닉하는 사람도 있다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독서편력을 다소 부끄러워하고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를 한다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하는 것은 고전읽기일 것이다국립국어원의 정의에 따르면 고전은 옜날 법식또는 오랜 시대를 거치며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가치를 인정받아 전범을 이룬 작품이다고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치를 발하는 것인데아무래도 공경심을 얻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길다보니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종종 덜 와닿는’ 경우가 많다요새야 초월번역이라고 불릴 정도로 훌륭한 번역서가 많지만몇 년 전 번역만 하더라도 종종 내가 뭘 읽고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어색한 경우가 많았다고전은 나에게도 참 숙제였다그에 대해 김운하 작가는 명쾌한 해석을 내린다.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은 없습니다고전 목록 따위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십시오.” 고전을 읽는 것은 책을 읽는 것 중 하나의 장르에 불과할 뿐이지고전에 대한 맹목적인 우상숭배는 사람들에게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안겨줄 뿐이다작가의 말처럼독자들을 무거운 고전의 짐을 짊어진 수동적인 낙타처럼 만들어 버린다맞는 말이다나에게도 일부 고전읽기는유명한 영화를 보는 것만 마찬가지로유명한 고전을 읽었다는 교양인 코스프레를 위함인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고전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이기보다는나 자신의 관심과 고민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먼저 살피고 생각해야겠다내가 처음 책읽기를 시작할 때 느꼈던 순수한 기쁨을 다시 돌아보아야 하겠다.
  

4. 맺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참 즐겁다인간은 행복한 기억들을 먹고 자라고그 기억을 다시 인출하여 나눌 때 또다시 행복을 맛본다김운하 작가는 책을 정말 사랑한다. 이 책은 김운하 작가의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 고백이다. 굉장히 뜨겁고 열정적이다.

 그의 애정이, 내가 책에 지녔다고 생각한 애정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아서 조금 위축되기도 했으나결과적으로는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지니는 연대감을 느끼게 되었다작가는 마지막에 예술이라는 것도 결국 인간이라는 그림자가 꾸는 망각의 꿈이라고 했다마찬가지로책을 쓰는 것과 읽는 것은 모두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는 열정적인 행위이다누군가의 잣대에 휘둘리기 보다는내 인생의 서재를 어떻게 그려나갈지에 대해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겠다

“독자는 한 권의 책과 함꼐 그들만의 내밀한 비밀을 영혼 속에 간직한다. 
그리고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책과 독자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이 서평은 필로소픽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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