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편식을 한다. 책에도 마찬가지다. 문학만 읽는 사람도, 비문학만 읽는 사람도 있고, 특정 작가나 특정 나라의 책만 탐닉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독서편력을 다소 부끄러워하고,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를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하는 것은 ‘고전읽기’일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정의에 따르면 ‘고전은 옜날 법식, 또는 오랜 시대를 거치며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가치를 인정받아 전범을 이룬 작품’이다. 고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치를 발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공경심을 얻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길다보니,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종종 ‘덜 와닿는’ 경우가 많다. 요새야 ‘초월번역’이라고 불릴 정도로 훌륭한 번역서가 많지만, 몇 년 전 번역만 하더라도 종종 내가 뭘 읽고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어색한 경우가 많았다. 고전은 나에게도 참 숙제였다. 그에 대해 김운하 작가는 명쾌한 해석을 내린다.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은 없습니다. 고전 목록 따위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십시오.” 고전을 읽는 것은 책을 읽는 것 중 하나의 장르에 불과할 뿐이지, 고전에 대한 맹목적인 우상숭배는 사람들에게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안겨줄 뿐이다. 작가의 말처럼, 독자들을 ‘무거운 고전의 짐을 짊어진 수동적인 낙타’처럼 만들어 버린다. 맞는 말이다. 나에게도 일부 고전읽기는, 유명한 영화를 보는 것만 마찬가지로, 유명한 고전을 읽었다는 교양인 코스프레를 위함인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고전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이기보다는, 나 자신의 관심과 고민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먼저 살피고 생각해야겠다. 내가 처음 책읽기를 시작할 때 느꼈던 순수한 기쁨을 다시 돌아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