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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는 세계
홍동원 지음 / 동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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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를 곱씹으면서 볼 수 있는 책, 재미있다. 또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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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는 세계
홍동원 지음 / 동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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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팔자, 한마디로 '깨갱이다"

 

 

글쓰는 디자이너- 베테랑 한국 디자이너의 구수한 입담에 연신 미소를 띄며 읽었던<날아가는 비둘기의 똥구멍을 그리라굽쇼?>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팔랑팔랑 가벼움.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다. 그런데 의외로 여러가지를 건졌다.

 

첫번째. 생활속에 익히 알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미처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 주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가령 예를 들면 I 러브 NY 가 개똥 때문에 만들어진 로고였단다. "개 주인들에게 제발 길거리에서 개의 똥을 누이지 말라고 호소하는 차원을 넘어서 도시의 상징이되었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알려 48"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하철 노선도의 유래도 흥미로웠다.  영국의 한 전기 설계자에 의해 창안되었는데, 전기 배선 설계도 만드는 엔지니어인 헤리백이 하는 일이라는게  전기가 이리로 흐른다는둥 저리로 흐른다는둥 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을 눈에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었고, 또 그 전기 케이블선이라는게 알록달록 선명한 색선들의 조합이었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쓰고 있는 지하철 노선도의 전신으로 탄생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까지 갈 것없이 우리나라의 이야기도 있다.  '한줄서고 한줄로 걷기'로 에스컬레이터로 이용하다 어느날부터 '두줄서기'로 가자는 지하철 캠페인 광고에 대한 뒷이야기는 재미를 넘어 괘씸하단 생각이 든다. 사실 몇년간 해오던 습관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라는 그 포스터가 어이없었다. 지하철공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라 아직까지 한줄서기가 대세이다. 그런데 한줄서면서도 왠지 캠페인을 어기는듯한 찜찜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 찜찜함을 날려주는 비화가 있었다.사실 두줄서기의 정체는 시민의 안전을 걱정한다기보단 오른쪽으로만 쏠려 에스컬레이터를 타다보니 급하게 신설한 에스컬레이터의 고장이 잦아진것을 욕먹을까바 알리지않고 은근슬쩍 말을 돌린것에 불과했다.  쩝. 눈가리고 아웅이 따로없다.

 

 

두번째로 사회에 대한 은근한, 어느부분은 노골적인 비틀기로 무감각하게 익숙해져버린 대한민국 풍경을  낯설게 보게 만든다. 빈티지 열풍으로 '개나소나 빈티지'로 치장하는 젊음에게 빈티지란 무엇인가? 란 썰렁한 질문을 던진다. 촌티나는 옷차림의 저자를 '촌티지'라 놀리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낡은 옷은 '철솔로 북북 문지르고 표백제 쫙쫙 뿌려서 하룻밤 만에 만들어낸 도토리'가 아니라 적어도 스토리가 있는 옷이라고 한다.  그렇다. 단순히 낡은 것도 아닌, 새것을 빈티지스럽게 만드는 가공을 한 것이 아닌, 사람의 숨결이 묻어있는 나름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빈티지이다. 저자의 말 처럼 "이조백자는 고추장 단지로 쓰다가 플라스틱 바가지와 엿 몇가락에 바꾸고 소비는 자본주의의 미덕이란 꼬임에 빠져 만날 새로사대는 것에 열을 올리고 살"96 았던 우리네 '새것'문화.  내가생각해도 너무 심하다. 요즘은 '신상'이라는 용어를 추앙하며 새것 모시기가 한층 더 가열된 느낌이다. 

 

 새마을운동으로 상징되는 근대 혹독한 문화 말살기시절, 헌것, 전통은 낡고 버려야 할 것으로 치부되고 새로운 것, 서구문화를 맹목적으로 숭배하여 온 지금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디자인 '올림픽'씩이나 되는 거창한 타이틀을 단 이벤트가 열리고 '우리나라 디자인 자산'을 따로모아 전시를 하는 등 몇번 행사를 치르나 싶더니 슬그머니 디자인수도가 된 서울, 그런데 디자인은 문화지 않은가. 그럼 우리 디자인, 우리문화는 도데체 뭐라고 설명될 수 있을까?  아이덴티티가 있긴 한가. 디자인이 뭐 이벤트이냐고.  저자 주장처럼 '디자인은 쇼가 아니라, 생활이다'. 디자인수도라고 정부차원에서 뭔갈 하고 있긴 하는거같은데 영 공감이 가지않고 기쁘기만 한 것은 나만인가.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마르쿠스와 다니엘은 꿈을 꾸지 못한 채 변두리로 쫓겨나기 시작했다'-127 꼭지는 치하철마다 '디자인 있어 살맛 나요! 라고 써붙인 광고인지 캠페인인지 알수없는 표어와 오버랩되며 씁쓸함과 무기력함을 자아낸다.  서울의 재개발 논리를 피해갈 수 없는 알짜배기 땅 홍대부근에 보금자리를 틀었던 꿈많은 디자인쟁이 청춘들은 점점 서울 언저리로 밀려나고 있다. '집값 떨어뜨리는 구질구질한 그들은 버스 두번이상 갈아 타야하는 먼 동네로 떠나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탄식한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디자인 수도? 그럼 적어도 서울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미래의 디자이너들이 꿈을 꿀 공간이 어디엔가 있음직한 도시가 아닌가? 그런데 서울의 현실은 왜 이리 꿈꾸는 청춘들에게 각박해져만 가는 것일까?" -136


 

세번째,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상투적인 말이 있지만, 그 상투적인 부분을 디자인영역에서 어떻게  처신하고 있나 하는가에 대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한국적 디자인이란? 한국의 전통 계승 발전이란? 이란 질문에 당당할 수 있는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디자인이란 개념자체가 서구에서 들어온 것이어서 그런지 한국적 디자인이란 말 자체가 낯선 것이 사실이다. 오천년 역사에서 품고 내려온 전통마저 치워버리기 바빴던 근대화, 서구화를 지나 한 숨돌려보니 우리 장농을 수놓던 자개는 '재패니즈 스타일'이 되었고  삼신할미와 같은 우리나라 전통신화는 무당집의 퇴출과 함께 부정적 이미지의 굴레를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역시 예상했던 '디자이닝'하면서 밥벌어먹고 살기의 애로사항들을 한번더 되새김질 하였다.  책제목인 <날아가는..>도 사실 이것을 빗대 표현한 것이다. 외국베끼기와 가격후려치기가 난무하는 디자인세계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직업의 자부심마저 꺾고 이탈하게 만든다. 나 역시 그 현장의 언저리에 있었기 때문에 몰랐던 바는 아니지만 저자의 눈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는  새삼 한숨 나온다. 짝퉁 공화국이라는 오명은 뭐 이제 더이상 말하면 식상하고, 비둘기 똥구멍과 머리에쓰는 신발을 디자인 해달라는 한마디로 무대뽀인 갑, 클라이언트의 횡포, 얼마안되는 작은 파이를 놓고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유혈경쟁- 업계마다 이름은 조금씩 달라도, 떨어지면 아무것도 보상받지못하는 피티 시안을 위해 몇일밤을 꼬박 새야 하는 디자이너들의 생생르포를 보니 눈가가 촉촉해올 지경이다. 우리나라가 디자인수도라고? 말만 번드르르한 속빈강정이 따로 없다.  이 판국의 무한궤도의 열주를 조금은 빗겨난 자가 있었으니 바로 저자이다. 저자와 같이 실력으로 무장한 똥배짱으로 피티기는 피티(PT)를 소신있게 거절해도 먹고 살만한 디자이너들이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국 저자도 디자인계 상위1%이야기겠구나 싶어 다시 씁쓸해졌다.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안에 갖혀서 마우스클릭만 하지말고,이렇게 자판을 두들겨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더 자주 냈으면 한다.  디자이너하려면 기본적으로 체력도 좋아야되, 트렌드 분석하는 시간적, 경제적투자도 끊임없이 해야되, 또 영업능력도 있어야 먹고사는데 거기다 글쓰기까지 하라고? 디자이너에게 글쓰기는 사치일까? 아니다. 글로 써서 많이 알려야 한다. 그래야 "디자이너 팔자, 한마디로 '깨갱이다"로 요약되는 대세를 역전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믿는다. 새옷을 사도 1년간은 입지않고 옷장속에서 전시만 한다는 독특한 저자의 습관이 유행천국, 방향도 뿌리도 없는 한국의 급물살 속에 기름층처럼 둥둥떠서 자기만의 신념을 지키고자하는 그의 의지를 대변하는 듯 하다. 이러한 배짱 두둑한 디자이너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겼던 것, '자루찌개'  (촌놈 디자이너 만들기 중)에  푸핫 웃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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