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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의 갈등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128
폴 리쾨르 지음, 양명수 옮김 / 아카넷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해석의 갈등은 폴 리쾨르가 현상학자를 넘어 해석학적 현상학자임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의 철학의 출발점은 인간의 주체이다. 주체는 근대이후 철학의 중심주제이며 주체(이성)을 중심으로 모든 철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리쾨르는 인간의 주체에 대한 해석의 방식을 하이데거처럼 빠른 길을 택하지 않는다. 리쾨르에 의하면 하이데거는 인간의 실존에 대한 해석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직접 인간의 주체를 해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리쾨르는 이런 직접적인 길이 아니라 돌아가는 길, 먼길을 택한다. 먼 길이란 신화나 사상의 표현들을 해석하는 길이다. 그는 신화나 사상적인 글들이 인간주체의 반영임을 전제하고, 이것을 해석함으로써 인간의 주체를 해석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함으로써 인간의 주체에 대한 연구가 객관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띠게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주체를 연구의 핵심 대상으로 삼으나 그 방법은 텍스트의 해석을 통해서이다. 그러므로 그는 현상학자이면서 해석학자인 이유이다. 이로써 그는 하이데거라는 거장과 기존의 해석학을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리쾨르는 인간의 주체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에 대한 철학적 재해석을 통해 인간 주체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구조주의, 정신분석학, 정신현상학, 기독교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흐름과 도전을 수용하고 이것들을 배타적인 태도가 아니라 수용적이고 발전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여 인간 주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그는 다양한 철학과 사상을 변증법적으로 조화시켜 인간 주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더욱 온전하게 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