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위너(Winner)의 '공허해'란 노래가 계속 떠올랐다.

"거울 속에 내 모습은
텅 빈 것처럼 공허해
혼자 길을 걸어봐도
텅 빈 거리 너무 공허해"

정이현 작가의 대표작은 달콤한 나의 도시 인데 나는 읽지 않았다. 내가 읽은 적 있는 단편은 삼풍백화점 붕괴와 관련있는 짤막한 단편이었다. 그녀는 짧은 그 단편 속에서 정말 멋없는 사람들의 삶을 소설로 옮겨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라는 앞뒤가 안맞는 제목은 나에게 일본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겉으로는 다 친절한데, 속으로는 의뭉스러워 보인달까? 하지만 위선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이 무엇인지 안다. 정말 나쁜 것은 위악이다. 위선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진심이든 아니든 충분한 선을 실천하지 않는가?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다. 그럴수도 있는 라디오의 사연이나, 재수없게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관성의 힘으로 이또한 지나갈 일들을 차곡히 쌓았다. 그래서 해넘이를 바라보고 앉아있는 것처럼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무척이나 매력있는 문체의 글들이 마음속을 향해 몇 차례 공깃돌을 던진다. 짝! 한 번의 박수 소리와 함께 10년이 지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