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롭게 쓸데없게 - 츤데레 작가의 본격 추억 보정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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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80년대 후반 출생이라 책 속 공감하는 아이템들이 많지 않았지만 책으로 인해 다시금 추억해 보는 아이템들이 있다. 90년대 인기 있었던 HOT, 젝스키스, GOD 등 가수들의 책받침과 그 책받침을 위를 빼곡하게 채웠던 포켓몬스터 띠부띠부 씰이 대표적으로 떠오른다. 전국을 강타했던 포켓몬스터 열풍은 빵까지 영역을 넓혔는데, 빵에 들어있는 띠부띠부 씰을 모으기 위해 잘 먹지도 않았던 빵을 매일같이 샀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의 목적은 씰이었기 때문에 포장만 벗겨진 빵이 문방구 주변을 굴러다녔었다. 연예인 또는 캐릭터 책받침 위에 포켓몬스터 진화 과정을 고스란히 붙여 모아놓으면 얼마나 채운가에 따라서 반에서 흔히 말하는 핵인싸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닌텐도로 즐기는 포켓몬스터 게임의 1세대라 하는 레드 버전이 흥행했었는데 화려한 그래픽이 전혀 없는 도트로 이루어진 1.4MB의 저용량 게임이었다.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에 불법 복제되어 반 아이들 모두 한 번쯤 해본 추억의 게임이기도 하다.

물론 PC 통신 종말의 수혜를 누렸던 건 포털만이 아니었다. 나만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준다는 싸이월드는 후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불킥을 하게 될 허세 글을 박제해 주었고 –네이트는 이걸 지워주는 서비스를 유료화한다면 아마 다시 살아날 수 있으리라-, ‘도토리’라는 캐릭터를 꾸미기 위한 수단이 실물 화폐만큼이나 온라인에서 엄청난 맹위를 떨쳤다. 사람들은 도트로 꾸며진 캐릭터의 옷을 사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했고, 배경음악과 기분 표시를 지르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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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어린이들과 학생들은 프리첼로 대동단결했고, 많은 이들의 흑역사가 될 ‘하두리’ 같은 화상 채팅 붐이…쿨럭…. 어쨌든 오늘날 대형 커뮤니티 대부분이 이때 무너진 PC 통신에서 흘러나온 인재들이 각자 주제를 가지고 이합집산하면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꽤나 빠르게 변했던 시기였다.

작은 홈페이지를 뜻하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는데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활발하게 이용하는 서비스였다. 손발이 오글거리는 사진과 글귀, 허무맹랑한 100문 100답 같은, 지금 돌이켜본다면 이불킥을 시전하는 것들이 쏟아져 나왔었다. 채연의 눈물 셀카와 ‘난 가끔 눈물을 흘린다.’, ‘뭐 꼭 슬퍼야만 우는 건 아니잖아’ 같은 글은 아직까지 각종 예능이나 흑역사 대표 글로 회자되기도 한다.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해 스킨과 스티커 아이템, BGM(배경음악)을 구매하기도 하고 도트로 만들어진 미니미로 내 개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홈페이지 방문자 숫자가 실시간으로 카운트되기 때문에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일촌 맺은 친구들의 홈페이지 방문하는 일촌 순회를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의 제목처럼 잉여롭고 쓸데없는 짓이었다. 저자와 공감하는 것은 적었지만 어릴 적 쓸데없는 열정을 불태웠던 나 자신을 그리워해보기도 하고 추억에 잠시 빠져보는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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