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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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하는 마법이 깃들여 있는 빵이 당신의 눈앞에 있습니다. 자유의 의지를 가진 손을 이용해 빵을 쥐어 먹을 수도, 양손을 이용해 트위스트를 만들어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도, 한 입 크게 베어 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빵을 먹음으로써 얻게 되는 결과는 오롯이 당신의 책임입니다. 그렇다면 당신, 빵을 먹을 준비가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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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빈번한 아파트 단지에서 100미터나 멀어져야 있는 마을버스 정류장 인근에 위치한 위저드 베이커리. 24시간 내내 밝은 불을 켜두고 언제라도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된 것처럼 빵을 굽고 있다. 주인공은 어느 날 이곳에 들러 빵을 구매하기 위해 매대를 둘러보는데 계산대의 여자아이가 재료를 설명해 주려 하자 점장이 말린 간, 고양이 혓바닥, 라푼젤의 머리카락의 비듬 등 누구도 믿지 않을 것들을 언급하며 그 재료들로 만든 빵들이라는 말을 한다. 어이가 없어진 주인공은 결국 가장 무난해 보이는 모닝 롤을 들고는 재료를 듣기도 전에 돈을 두고 가게를 나와버린다. 동질감과 함께 이상한 일을 겪었다며 집으로 발걸음을 향하다가 우두커니 멈춰 선다.

사실 주인공에게는 병이 있다. 눈에 들어오는 글자를 읽거나 글을 쓰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생각을 매체 없이 바로 말로 하려고 할 시에 말을 더듬게 된다. 누군가가 말을 걸면 제대로 답하지 못해 선생에게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이 병인 듯 병 아닌 애매한 병은 주인공을 강제적으로 고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이 점에서 주인공은 점장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우리 둘 다 정상인의 범주에 속한다,라는 생각과 함께.

아버지와 아들인 주인공, 새어머니인 초등학교 교사 배 선생, 그의 딸인 여덟 살 무희. 이렇게 네 명은 위태위태하게 재혼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무희의 속옷을 빨다가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걸 발견한 배 선생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알기 위해 학원에 전화를 걸고 항의를 하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똑같다. 누가 그런 것이냐 화를 내는 배 선생이 두려웠던 무희는 손을 덜덜 떨며 주인공을 지목한다. 상황 파악이 되기도 전에 날아오는 폭력에 주인공은 도망을 시도하고, 불이 켜져 있는 베이커리 가게의 오븐으로 기꺼이 들어간다. 오븐을 키지 말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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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순이','빵돌이'처럼 별명으로도 불릴 만큼 세상에 흔한 빵과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한 번쯤은 꿈꿔온 마법을 접목시켜 "위저드 베이커리"를 탄생 시켰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빵을 먹은 이후 귀결되는 결과는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인데, 손쉽게 바라온 만큼 쉽게 불어나는 형량까지 사람들은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쉽게 살기를 바라는 세상에서 그 누가 뒤에 따라올 결과를 생각할까. 앞뒤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하나만 생각했을 때, 사람들은 더욱 독단적이고 즉흥적이게 된다. 그러나 그 뒤에 "결과"가 따라온다면? 1부터 6까지 어느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주사위를 왼손에 들고 마법이 깃든 빵을 오른손에 든다면? 실행하는 사람들은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것에 쉽게 겁을 먹곤 하니까. 충동적으로 빵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줄 수 있는 것.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달라질 수 있다.

빵을 먹음과 빵을 먹지 않음으로 결과가 달라지듯 이 책의 결말도 달라진다. 두 가지 상황의 결말을 풀어 독자들이 다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한 작가님의 센스에 감탄했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하지 않고 그 답을 받아들인 주인공도, 그렇게 성장하기까지 점장과 파랑새의 도움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마법의 빵 하나로 생기는 갈림길, 발을 딛는 것마저도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굳건히 앞으로 나아가 볼 주인공 같은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바뀌고 또 바뀐다.

한 번 더 감탄할 수 있었던 부분은 빵과 결합된 마법들이 실제로 사람들이 자주 꿈꿔 보거나 커뮤니티에 한 번쯤은 언급해 봤을 마법들이라는 것이었다. 작가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생각의 꼬리만큼도 만나본 적 없었던 마법이었다면 이해하는 게 많은 애를 먹었을 터, 우리가 생각해 봤던 마법들이니 더욱 몰입도 잘 되고 '이것을 먹었을 때의 나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청소년 소설로 개정된 것인 만큼 원래의 책보다 언행이 더 부드러워지고 어투도 몇몇 바뀐 부분을 찾을 수 있었는데 청소년의 시선으로 하나하나 바꾼 게 보여 왠지 모르게 가슴께가 간지러웠다. 지금 이 세상은 청소년과 어른의 구분이 없다. 그러나 여전히 청소년은 보호받아 마땅한 존재다. 여전히 청소년이라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청소년을 이렇게 보호하고 싶다.

읽기 전까지는 "잔혹하고 차가운 얼굴을 한, 너무도 따뜻한 구원의 서사" -김이나 작사가-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도 아니고 이 말이 성립이 되는 말인가,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이 세상에 모순은 넘칠만큼 넘쳐 있고, 무덤덤함에서 나타나는 위로는 구병모 작가님만이 쓸 수 있는 특기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차가워 쉽게 손을 갖다대면 저온화상을 입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어린 장미 같은 주인공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상처를 입을까 겉으로 가시를 드러내지만 누군가 다가오면 너무나도 쉽게 가시를 저버리는 어린 장미. 이런 주인공의 곁에 있는 게 점장과 파랑새라서 따뜻한 구원이 가능했고 장미는 이제 장미 그 자체로 피어오를 수 있었다. 완벽한 표현을 적어 주신 김이나 작사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적는다.

담백한 모닝 롤처럼 다른 소설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타임 리와인더를 이용해 이 책을 처음 만난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위저드 베이커리』는 앞으로도 나에게 24시간 영업 중이라는 타이틀로 책장에 꽂혀있을 것이다. 오븐을 여는 것처럼 책을 열면 글자들이 나를 환대할 것만 같다. 어쩌면 위저드 베이커리가 아파트 단지에서 100미터 떨어져 있던 이유는 주인공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아니라고 말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나에게도 위저드 베이커리가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따라오는 결과를 책임질 수 없으니 그냥 빵만 구경하겠다.

오븐 속의 이야기는 우리 현실의 세계와 달리 따뜻하고 빵 냄새가 가득하다. 그렇다면 우리도 한번 오븐 속으로 들어가 볼까. 신발을 신은 채로, 한 손에는 빵을 쥐고, 언제나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상태로. ON 스위치는 눌러도 좋다. 그 버튼이 우리의 시작이 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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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불에 달구어진 설탕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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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양장)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소설Y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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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저드 베이커리에는 마법이 깃들여져 있는 빵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각각의 빵들에는 사람들이 지니고 다녔을 소망들과 마법이 함께 깃들여져 있다. 그 빵을 택하는 것, 먹는 것, 이어질 결과를 책임지는 것까지 온전히 구매자의 몫이다. 자,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빵을 고르시겠습니까?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한 번씩은 떠올려 봤을 '마법'이라는 이야기를 흔히 접할 수 있는 '빵'과 연결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살면서 사람들이 많이 떠올릴 흔한 두 개의 주제와 우리 주위에서는 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세상에서는 번번이 일어나는 은근한 '가정폭력'이 접목되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포근하고 돌아가고 싶은 안식처일 '집'이 주인공에게는 불편하고 공기마저 침범하면 안 되는 공간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런 주인공에게 남들이 쉽게 칭하는 '집'이라는 분위기를 선사하는 곳이 바로 위저드 베이커리이다. 24시간 내내 운영하며, 포근한 향이 가득하고, 누군가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곳.

머릿속에서 이성의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건넨다. 추억은 그대로 상자 속에 박제된 채 남겨 두는 편이 좋아. 그 상자는 곰팡이나 먼지와 함께, 습기를 가득 머금고서 뚜껑도 열지 않은 채 언젠가는 버려져야만 하지. 환상은 환상으로 끝났을 때 가치 있는 법이야. 한때의 상처를 의탁했던 장소를 굳이 되짚어가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아. 아직도 어린 시절의 마법 따위를 믿는 녀석은 어른이 될 수 없다고.

p. 247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결말 부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책들 같은 경우에는 하나의 결말만을 가지고 그 결말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는데 위저드 베이커리는 독특하게 두 개의 결말을 가지고 있다. Y의 상황, N의 상황. 앞의 알파벳을 보면 모두가 쉽게 추측할 수 있듯이 YES의 상황과 NO의 상황이다. 이 책은 결말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온전히 독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결말을 택해도 이어지는 이야기들에 읽으며 심장이 뛰었다. 독자가 함께 만든 이야기, 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어느 부분을 택해도 만족스러운 결말이 나올 거라 말할 수 있다. 나는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 이번에는 N의 결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지나친 주인공. 이겨냈다고 하고 싶지 않다. 이겨도 되지 않을 일들이다. 견디지 않아도 될 일들이었다. 무엇 때문에 Y와 N의 두 갈래 결말로 나뉘었을지는 직접 읽은 자만이 알 수 있는 특혜이다.

점장을 위해 기꺼이 몽마를 겪은 주인공의 성장 과정이 꽤나 뭉클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은 말 저는 버릇 때문에 사회에서 원치 않게 도태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내온 날들을 애써 부정하지 않고 지내온 주인공이 소신껏 행동한 것이 바로 점장의 몽마를 대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파랑새의 걱정에도 멈추지 않고 목숨을 걸어 그 고통을 직접 받아들인 다음 점장과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순수하게 기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점장과 눈을 마주쳤던 그 상황, 그 상황을 묘사하는 글자들의 모임을 읽으며 눈밑이 파르르 떨렸던 내 자신이 지금 다시 돌아온 듯하다.

책에는 이상하게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도 사회에서 어느 순간 지워져버린 주인공을 뜻하는 게 아닐까. 모두에게 걔, 아니면 아들, 등등 이름이 아닌 다른 단어들로 치환되어 불리는 주인공을 직면하여 바라본 사람들을 고르면 파랑새와 점장밖에 없었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던 사람을 곧이곧대로 바라본 점장과 파랑새는 주인공에게 튼튼한 벽이 되었을 것이다.

정말 이 세상을 살다 우연히 늦은 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24시간 운영이라는 글자를 가지고 있는 가게를 만날 것만 같다. 그렇다면 나는 들어가서 무슨 빵을 살까. 남들은 이 빵에 들은 재료가 뭔지 물어볼까? 허무맹랑하고도 충분히 이 세계에서 실현 가능성을 지닌 듯한 생각을 가지고 여전히 살아간다. 개정판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설렘은 그대로다. 이 곳에서는 당신이 원하는 것들을 빵에 넣어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따라오는 책임들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다. 다시 한 번 오븐에 들어가 보자.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신발은 벗지 않은 채로.



...... 무엇보다도 사람의 감정은 어째서, 뜨거운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아 사라질 수 없는 걸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치 통조림만도 못한 주제에. 그러다 문득 소금이란 다만 녹을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어떤 강제와 분리가 없다면 언제고 언제까지고 그 안에서.

p. 184


중불에 달구어진 설탕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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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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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꿔 왔던 소망을 빵과 접목시켜 위저드 베이커리를 만들었다. 희망을 잃고 현대를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초판과 개정판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개정판에서만 읽을 수 있는 문장들을 발견할 때, 주인공의 성장을 볼 때 우리의 오븐은 다시 한 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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