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역사 1 - 건국과 인민주주의의 경험 1945~1960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5
김성보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역사비평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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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10을 거치면서 북한을 알아가는 것, 가까이 하는 것 정도는 일상이 되어버린 줄 알던 때가 있었다. 추억일 줄 알았는데 난 잠시 단잠에 빠졌던 모양이다. 역사적으로 옳고이제야 제 궤적을 밟고 있는 지금, 북한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시금 무언가 불온한 일이고 그래서 눈치를 살펴야 한다. 북한을 연구하는 것 자체로도 혐의는 충분하지 않느냐는 시대의 한가운데에 우리가 있다. 후지다. 후져도 이렇게 후질 수가 없다.

  어쩌면 이런 때에 북한의 역사를 감히내놓는 것은 그 자체로 도발일 지도 모르겠다. 눈치를 살피며 구석진 곳에서 책을 꺼내어 들었더니 놀랍게도 금새 차분해진다. 북한이 어떻게 남한은 붉게 전복시키고자 애썼는지, 한국전쟁을 통해 어떤 만행과 학살을 저질렀는지 선동하듯 캐묻는 글들과 다르다. 해방 직후 그토록 염원하던 우리의 나라 건설의 꿈이 어떻게 좌절되었는지 이 과정에서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적 조건은 어떠했는지 그때의 사람들이 꿈꾸던 이상향은 어떤 사상적, 사회적 영향 속에서 태어난 것인지 알 수 있다. 입체적인 분석이 주는 앎의 즐거움이 적지 않다. 사회주의적 인간형으로의 개조를 위해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가 하면 반봉건의 기치 하에 전통의 극복을 내세우는 1950년대 북한을 보며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갸우뚱하다가도 어느 시골장터 아낙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그때 우리네 할머니의 주름과도 참 닮았다. 우리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모습에 의아하다가도 같은 한국인의 모습에 금새 안도하기도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북을 주적으로만 여기며 배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의 북한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차분하게 알아가고, 같음을 느끼는 것은 통일을 위한 소박하지만 중요한 출발이다. 북한을 그네들의 언어로도 이해해보고 우리의 눈으로 비판도 해보는 것은 남과 북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하다.

조금 더 역사적인 의의를 찾아볼 수도 있다. 이념에 의해 구분이 가시화되고 하나의 체제로까지 굳어지는 과정을 겪기 전만 하더라도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이었고 동일한 감수성이 흘렀음은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 같은 민족이 현대사를 거치면서 두 가지 역사적 경험을 만들어 냈다. 이 점에서 남과 북의 현대사는 인간과 사회에 대해 물음을 품은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사례이자 학습도구이다. 인민민주주의의 역사적 경험이 북한식 사회주의 건설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1950년대 북한만큼 다원성으로 가득찼던 사회가 어떤 경험을 통해 획일화의 궤적을 밟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볼 수도 있다. 동시에 획일화된 궤적의 극한으로 다가가는 오늘날의 북한을 안타까움으로 바라보면서 그들에게도 건강함을 새겼던 때가 있었음을, 그 건강함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음을 기대하는 저자 특유의 시선도 함께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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