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굼벵이 샘물 긷다 ㅣ 시선 시인선 172
최대규 지음 / 시선사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여전히 샘물을 긷고 있다.
굼벵이보다 더 느린 속도로.
그렇지만 참 좋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나에게 오고 있는지 궁금하고 궁금하다.
온 천지가 말해준다.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내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동주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나이 60이 넘어 비로소
내 생각을 되돌아보게 되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동안도 무수하게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은 여물어가고
사람도 여물어간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서
부분에 매여있는 존재로서
전체를 알지 못하고
전 역사를 포섭하지 못하고
전 존재를 품지 못하고
그저 한 부분의 지체로서 그렇게 살아간다.
희망은 다른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이 순간, 이 곳에
희망의 싹과 희망의 빛이 피어나고 비추지 않는다면
어둠 속에 그대로 놓여있다면
희망은 없다.
그러나 분명 빛이 비추고,
새싹이 돋아나고
삶은 여물어간다.
여러분 모두의 삶도 그러하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