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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비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이슬람 세계의 여자와 남자가 험한 세상을 이겨가며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 이야기속에 또다시 이야기로서 코란속 이야기들, 성경속 이야기들이 얽혀져 흐른다.

노예시장에서 만난 12살 여자아이 도돌라와 3살 아기 잠이 노예시장을 탈출하여 사막의 버려진 배안에서 생존을 이어간다.
12살 도돌라는 코란과 성경의 이야기를 아기 잠에게 들려주고 이슬람어를 가르친다.
물론 생존을 위하여 사막의 카라반들에게 몸을 팔면서.

도돌라는 아름다운 처녀가 되어가며 '사막의 유령 창녀'라는 명성을 얻고
잠은 건장한 흑인 청년으로 자라난다.

도돌라는 하렘의 술탄에게 납치되어 수도로 가 술탄의 후궁이 되면서 잠과 헤어지는데, 잠은 가난한 마을로 가 거세를 한후 술탄의 왕궁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도돌라는 다시 만나게 되는 잠은 마녀로 몰려 처형 직전의 도돌라를 구해 이후의 삶을 모색하게 된다는 줄거리.

이들의 삶의 여정에서 코란의 천사 이야기와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이야기,
그리고 이슬람어와 마방진에 대한 이야기가 엮어 들어간다.

아름답고 강인한 이슬람 여자와 강건한 흑인 청년이 결국 사랑으로 맺어지는 이야기에 이슬람 문화의 언어와 종교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같이 엮어져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져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성애 표현 그림이 가득한 편이라 성인 만화로도 좋은 듯.

특히 마방진을 이용하여 이슬람어를 그려 나가는 법은 참 인상적이다.
이책을 읽으며 이슬람교의 하느님이 기독교의 하느님과 거의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예를 들면 아담과 이브라든가 천사 가브리엘과 예언자와 같은 존재들 말이다.
이게 정확하게 내가 이해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유일신의 존재로부터 코란의 이야기들이 성서의 이야기들과 많이 유사하다.

작가 크레이그 톰슨은 이전에 그린 그래픽 노블 '담요 (2003)'과 같은 작품등으로 미국에서 유명한 만화상들을 휩쓸었다고 한다. 딱히 이슬람 교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전 작품후 7년만에 그린 만화에서 굳이 이슬람 문명을 배경으로 한 것은 뭘까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인이 그리는 이슬람 문화 - 단지 이국적인 취향이었을까? 그러기에는 코란에 대한 이야기와 마방진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자세하다.

이런 이슬람 만화가 미국에서 인기있는 것은 미국인들의 아랍인들에 대한 관심일까? 적으로 간주하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그들을 또한 평화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일까?
하여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하비비'는 성인들이 여름에 읽기에는 좋은 지적인 만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