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 - SBS PD가 들여다본 사물 속 인문학
임찬묵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뮤지컬에서 회전문관람이라는 걸 아는가? 한번 본 뮤지컬을 다시 보기 위해 극장의 회전문을 여러 번 도는 것을 말한다. 한때 나도 회전문을 돈 적이 있었다. 어떤 뮤지컬 배우의 팬이었다.

 

아름다운 노래와 절절한 스토리, 화려한 무대와 배우들의 의상, 그리고 내 배우의 출연에 매료되었다. 뮤지컬은 여러 배우들이 나오기 때문에 배우의 조합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고 또 배우들의 상태에 따라 공연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그때 알았다. 좋은 스토리 못지 않게 아름다운 노래들이 중요하다.

 

뮤지컬은 비싸다. 너무 비싸기 때문에 선뜻 시작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거듭된 실패로 인해 내 인생에 절망감을 느끼고 어두워지기만 하던 시기, 배우에게 우연히 매료되어 뮤지컬을 보게 되면서 인생이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하고 어두운 내 인생에 화려한 케익처럼 나타나 가끔 샴페인을 펑펑 터뜨려주었다. (너무 비싸서 지금은 거의 못 본다)

 

이렇게 실용적이지 않은 취미가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다. 작가도 홍차찻잔을 모으며 그렇게 인생이라는 케이크 위에 토핑을 얹었다. 아마 나처럼 취미라는 자그마한 기쁨에 가끔 기대어 인생이라는 위험하고 힘든 강을 건너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취미 생활만 나열한 것이 아니다. 작가는 취미를 연구하고 분석하며 그 사회적 의미, 철학적 배경을 제시한다. ‘홍차를 마시는 문화를 보며 계급을 보게 되고 근대 서양과 중국이 발전 양상을 알게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옷을 잘 입는 법도 알게 되지만 그런 법의 배후와 의미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는 공감능력시험을 허하라라는 글이 감동적이었다. SBS PD로 전쟁이 난 이스라엘에 특파원으로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나는 작가가 이 글을 쓰면서 너무 고민을 많이 했으리라 짐작했다. 너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글이라서. 그러나 사실 그 글 때문에 이 책 전체가 좋아져 버렸다. 작가의 진실함을 보았다.

 

그래서 이 책의 후반부에 가면 속물 근성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인간적으로 잘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된다. 그래서 더 좋아진다.

 

남들이 보기에 쓸데없는 취미를 가진 분들이나 인간적으로 사는 법을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그리고 작가가 끝부분에 적은 대로 뮤지컬 책을 곧 보았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뮤지컬 제작 관련 일을 하셔서 귀한 경험을 많이 가지고 계신다고 한다. (그 중 몇 개는 나도 봤다). 대학로 뮤지컬 그래도 해피엔딩이 미국에서 토니상을 받으며 K 뮤지컬이 떠오르고 있는 시대라 더욱 필요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루미 릴레이 - 브런치 작가 18인의 릴레이 연작 에세이
브런치 작가 18인 지음 / 마니피캇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브런치 18인의 연작 에세이

 

초등학교 다닐 때 운동회에서 릴레이 달리기 (이어 달리기)를 해 보았다. 달리는 선수 개개인이 잘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톤을 잘 넘겨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에세이 그루미 릴레이에서 작가들은 똑같은 모양으로 달리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정통 에세이로 누군가는 소설로 누군가는 동화로 그리고 미스터리 장르로, 코메디로, 로맨스로 다양한 모습으로 달리고 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맛과 모양의 음식이 가득 차려진 뷔페같다. 그러나 그 안에는 모두 우울이 소금처럼 뿌려져 있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동화든, 미스터리든 코메디든 로맨스든.

 

예정옥 작가님과 단풍국 블리야 작가님은 어린 시절의 아픔을 슬픈 동화처럼, 찐파워 작가님은 부모님과의 불화를 경쾌한 톤으로, 보노 작가님은 여성의 아픔을 로맨스 소설로 풀었다. 글방구리 작가님은 죽음의 공포를 장례식장의 축제로, 진아 작가님은 누나의 죽음을 미스터리 소설로, 해조음 작가님은 살찐 슬픔을 유쾌한 편지로 써냈다. 벨라리 작가님은 기혼 여성의 공포를 서평으로, 발자꾹 작가님은 전업 주부의 우울을 코메디로, 이수정 작가님은 아예 우울이라는 감정과 인터뷰 글을 올렸다. (모든 작가님들 글을 적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다양한 형식의 글들을 다양한 장르로 맛 볼 수 있다. 마치 브런치 작가들의 잔칫상 같은 책이다. 게다가 귀엽고 경쾌한 그림들이 여기저기서 돌출하니 매우 큰 축제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하긴 오랜 작가상 수상자들의 책이니 잔칫상 책이 맞다. 오랜상은 즐겁게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다이소에서 사온 오렌지색 플라스틱 컵에서 시작되었다니 얼마나 기발하면서도 발칙한가? (나에게는 주시지 않았다니 섭섭한 상이긴 하다) 오랜 문학상이여 영원하라!! (나한테도 주실 때까지, 상금은 오렌지색 플라스틱 컵이라는 풍문을 들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브런치 작가들이 차려 놓은 맛있는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고 싶다면 글로미 릴레이책을 읽으면 된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소금 같은 우울도 함께 섭취하게 된다. 우리의 생명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이어서 인생의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당신의 천국행을 도와드립니다
야초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인공 지옥의 악마 베스탄의 매력이 푹 빠져듭니다 악마이면서 사람들을 천국으로 보내야겠다는 결심,까칠하면서도 선한 사람에게 굴복해버리는 연약함이 베스탄의 펄펄 뛰는 매력입니다 책 속 일러들이 매력을 더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
임선경 지음 / 뮤진트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흥미진진한 전개, 치열한 심리 묘사, 섬세한 인물이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빽넘버 - 제2회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대상 수상작
임선경 지음 / 들녘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임선경의 신작 '빽넘버'는 어느날 가족과 함께 겪는 자동차 사고로 부모님이 죽고

겨우 겨우 사고 현장에서 살아 남은 20대 초반의 청년이

사람들 등에 써 있는 살아 있는 날들의 숫자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이 마지막 깨달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죽을 고비에서 살아났지만 부모가 모두 죽고 온 몸에 철심을 박고 살아가야 하는 20대 청년은

남들의 등에서 살아남는 날들의 숫자를 보지만 자신의 것은 보지 못한다.

 

이후 사신도 보고 다른 사람도 구하는 등의 일들을 벌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부모가 사고로 죽던날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던져주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살아있는 것의 의미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져주는 후반부가 긴박감있게 전개되어 재미가 있다.

 

삶의 품위는 디테일이 결정한다.

냉장고, TV,오디오 등이 제자리 가만히 앉아서 사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데 비해 리모콘은 늘 분주하게 어딘가 싸돌아다닌다. 소파 밑이나 서랍 속, 욕실 신발장 등 안 가는 곳이 없다. 참으로 자유 의지가 충만한 생명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