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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이야기
메이 싱클레어 지음, 송예슬 옮김 / 만복당 / 2021년 2월
평점 :
유령 이야기와 모더니즘의 만남이라는 상당히 도전적인(?) 소개 덕분에 출간 전부터 무척이나 궁금했던 <기이한 이야기>.
만복당 인스타를 통해 짬짬이 <기이한 이야기>에 관한 소식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 서평단에 당첨됐다!
(책이 너무 예뻐서 서평단 안 되면 내 돈 주고 사리라 생각했었는데..)
일곱 편의 중단편 중 가장 좋았던 건,
"내가 아는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여인은 단 한 명, 내 형제의 아내였던 시슬리 던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징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와 그 남자의 진심이 궁금해 죽어서도 그 곁을 떠나지 못했던 아내. 이 둘의 엇갈린 운명을 풀어주는 게 시누이. 기이하고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첫 번째 작품인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은 미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오컬트하게 푼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 작품.
다섯 번째 작품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은 우선 제목이 매력적. 제목처럼 죽은 자가 '내 속마음'을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다 싶을까, 감추고 싶은 마음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까발려져 당혹스러울까?
이 작품은 결말을 두고 해피 엔딩이다, 아니다로 의견이 갈릴 것 같기도 한데... 죽은 자로서는 해피엔딩이지만 산 자에게는 꼭 그렇지만도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단편집의 작품 모두가 취향에 들어맞을 수는 없어서 몇몇 작품들은 읽는 데 애를 먹기도 했고, 끝까지 다 읽어내지 못한 것도 있다.
(특히 '크리스털의 결점'을 읽을 때 자꾸 내가 중간에 뭔가를 놓쳤나 싶어서 앞으로 돌아가서 확인하기를 반복했다...그래..이것이 바로 의식의 흐름 기법이지..)
유령이 등장하긴 하지만,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하는 존재로 나오는 건 아니고 굉장히 '인간'스러운 존재로 그려진다. 육체를 빠져나온 인간의 혼(?) 같은 느낌의 존재로서.
기이하고 으스스하기는 하지만 공포스럽거나 잔인하지는 않으니 미스터리함과 신비스러움에 더해 약간의 스릴, 오컬트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껏 애타게 찾아왔던, 취향에 딱 맞는 이야기들과 만날 기회가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