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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따라쓰기 -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말 ㅣ 처음책방 필사책 6
고두현 지음 / 처음책방 / 2025년 7월
평점 :
많은 대중들 앞에서 연설을 할 때.. 1시간짜리 연설문을 작성하는 것보다 1분짜리 연설문을 작성하는 게 더 힘들다고 한다. 아무래도 짧은 글귀에 많은 것들을 내포하여 함축적으로 상대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에는 여러 장르가 있다. 편지, 공문서, 논문, 보고서.. 그리고 문학적으로는 소설, 에세이, 산문, 시... 다양한 글쓰기 장르 중에 '시'가 가장 어려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1분짜리 연설문처럼 짧지만 강력한 향기를 품은 글귀.. 그래서 그 어떠한 장르의 글들보다 더 천천히 읽고, 음미하며 되새겨야 하는 예술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러한 방법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필사'다.. 언제인가부터 필사가 인기를 끌며 여기저기서 새로운 작품 감상법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학창시절.. 우리는 친한 친구 또는 좋아하는 이성에게 멋지고 사랑스러운 글씨로 글귀나 시구(詩句)를 노트에 한껏 꾸밈 솜씨를 뽐내며 적어서 교환하고 하였다. 그때는 '필사'라는 개념보다는 손글씨라 생각하며 유행을 따라 했었는데, 지금 와 생각해 보니 바로 그것이 '필사'이다. 따라 쓰며 몇 개의 시구는 줄줄 꿰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그 느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따라쓰기 쉽도록 책이 쫘~악 펼쳐진다. 별 것 아니지만.. 배려가 감사하다. 계속하여 넘어오는 책장을 부여잡지 않고 두 손 자유롭게 온전히 시를 향유하고 여유롭게 써내려 갈 수 있어 느긋하다. 또한 종이가 두툼하여 마음에 드는 시(詩)나 잘 쓰여진 필사본은 잘라서 자랑 할 수도 있으니 좋다.
더욱이 고두현 작가의 시는 너무나도 따사로운 볕과 꽃향기가 느껴진다. 몸을 움츠려들게 만드는 찬바람 속에서 봄 향기 가득 품은 시구들을 읽고, 사색하자니 마음까지 따듯해 지는 듯싶다. 역시 필사의 힘은! 특히 시를 필사하는 것은 강력한 힘이 있는 것같다. 이 책을 통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말'들을 마음껏 만나보길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