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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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 나와 나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

 

  이 책은 주인공인 '김만수'와 그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일제시대 때 부농 집안에서 당시 대학교까지 다녔던 엘리트인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단 이유로 집안이 완전히 몰락하였고, 이후 야반도주로 이름 없는 산골로 와서 화전민으로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가정 속에서 ‘김만수’는 3남 3녀 6남매 중에서 넷째로 태어났다.

태어날 때부터 유난히 허약한 몸을 하고 태어나서, ‘곧 죽을 아이’라는 소릴 들었던 만수는 바로 밑에 남동생이 태어나서 엄마의 젖 한 번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란 아이였던 만수는 언제나 조금은 느리고 둔하지만 우직한 사람이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의 이름을 짓는 대목이 들어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이름하고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백살까지 오래 살라고 ‘일백 백’에 ‘목숨 수’를 붙여서 백수고. 맏딸은 천금처첨 귀하고 기쁘다 해 ‘쇠 금’에 ‘기쁠 희’ 하여 금희고 둘째딸이 해와 달처럼 환하다고 명희이다. 막내는 구슬처럼 예쁘다고 하여 옥희다. 둘째아들 이름은 무식한 내 소견에 백다음이 천이니 천수라고 할 줄 알았더니, 난데 없이 백의 백배인 만을 써서 만수라고 했다. 그게 ‘복이 많다’라는 뜻도 된다고 한다. 셋째아들은 크게 되라고 ‘클 석’을 썼다.  - 15p  

   

 

그리고 <투명인간>은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바로 책에서 시점이 고정되지 않고, 주인공인 ‘김만수’를 중심으로 만수의 가족들과 주변 친구들 등으로 시점이 자유롭게 이동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끝끝내 김만수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가 아마도 이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투명인간’이기 때문일까?

아무런 욕심도 없이 가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고, 그들의 허물까지도 모두 덮어주고 자신이 그 빚을 대신 갚아가는 만수가 애처로웠다. 그리고 그들의 형제자매들 혹은 주변사람들이 만수를 착취하는 모습에 분노하기도 하고 너무나 이기적이게 느껴졌었다. 결국 만수가 사회에서 빚쟁이로 전락하고, 경제적인 투명인간이 되어버리는데, 그 지경에 내몰아간 것도 자신만 살려고 하는 이기적인 가족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만수가 세상에 모든 풍파에도 만수를 계속 살아가게 했던 것도 결국 ‘가족’이었다.

죽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사는 게 훨씬 쉽다. 나는 한번도 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내게는 아직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은 나 같은 평범한 사함이 지지하고 지켜줘야 한다. 내가 포기하는 건 가족까지 포기하는 것이다. 내 생명보다 더 귀한 사람들, 어머니, 누나, 나의 아내, 동생들, 나의 아들, 그리고 돌아가신 나의 조부모, 아버지, 형님까지 모두 그렇다. -351p.

성석제의 <투명인간>이란 책을 읽고, 정말 많이 울고 웃었다.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다가도 먹먹함을 느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희생하는 만수의 모습은 우리 부모님과 닮아있었다. 크게 성공하는 것을 바라는 것도, 나를 위해서 사는 것도 아닌 자식과 부모 형제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는 부모님께 이 책을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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