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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문장들 - 뜯어 쓰는 아트북
허윤선 지음 / 루비박스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어떻게 이런 그림을 골랐을까!
미술을 전공하고 강의하지만 내가 골랐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고르지 못했을 것이다. 현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 하지만 당대에는 높은 평가를 받았을 ‘아름답다’는 말 정도로는 설명이 부족한 작품들이 있다. 지은이의 수준 높은 식견에 감탄할 뿐이다.
또 ‘도서관 서가를 옮겨가며 책을 모조리 읽었다는’ 지은이의 내공은 본문에서 보석같은 빛을 발한다. 이 그림에 어떻게 이런 글을 붙였을까도 궁금하지만, 이 글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그렇게 그림마다 지은이가 인용한 글귀와 멘트를 붙여 그림 하나하나에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었다. 말하자면 이 책은 그림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보면서 그림을 상상하게 된다.
예컨대;
“사람은 가끔 조각 같은 대상을 절절히 사랑하고 인생을 바치는 슬픈 짐승이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보수적인 시대의 여행. 폐로, 가슴으로 느껴지는 낯선 공기, 그곳에서 만난 청춘의 가슴. 우리도 한 번쯤 느껴본 신기루 같은 시간들.” <피서객>
“세상을 원망할 건 없다. 우리는 사랑해야하고, 또 사랑하고 있으니까.”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한마디에 숨은 말들은, 천 개도 넘을 것이지만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다였을 뿐이다. 온화한 초록 벽, 청색 도자기에 담겼어도 여전히 붉게 타오르는 불 같은 저 꽃처럼.”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으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 <사막>
사막의 고독과 평온함을 그려낸 루소의 그림에 블루의 시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문장을 보다보면 그 책이 읽고 싶고, 그림을 보다보면 갖고 싶다.
우선 한권은 보관하고, 한권은 서가 장식용으로 뜯어서 여기저기 장식해봐야겠다. 요즘 같은데 친구들에게도 선물하면 안성맞춤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