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림출판의 디자인을 좋아한다. 서점에서 마주치는 매혹적인 디자인의 도서등 중 근래들어 청림출판의 책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듯 하다. 책의 디자인은 책에 펼쳐진 텍스트들이 내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경우라도 조금 더, 조금 더 책을 붙잡고 있게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공개하고 공유하라는 이 책은 디자인면에서 내 눈길을 사라잡았고, 내용면에서 내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출근 길, 아이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우리회사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페이스북알림을 확인하고, 지인들과 함께 즐겁게 하고 있는 소셜게임 몇가지를 확인하면서 짧지만 긴 20분을 보낸다. 그렇게 출근하여 책상에 앉으면, 또 다시 인터넷버튼을 클릭한다. 그렇게 또 다른 세계와의 끊임없는 조우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경험하고 있는 묘한 세상에 깊숙히 빠져든다.
그렇다면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고, 무엇을 얻을것이고, 나는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자.
본문에서 저자는 아들과 페이스북, 아들과 또래친구들, 또래친구들과 페이스북, 결국은 페이스북으로 연결되고 마는 요즘 참 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페이스북은 너도나도 다 사용하고 있고, 유사한 시스템의 다양한 서비스들도 생겨나게 하였는데, 처음 이 페이스북을 접했을 때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학교정보 하나만 등록했을 뿐인데, 얼굴도 이름도 몰랐던 동문들이 줄지어 내 컴퓨터 안으로 들어와버렸다.
직, 간접적으로 그들의 삶의모습들이, 그들에겐 내 삶의모습들이 깨알같이 전해져버렸다. 처음에 당황스런 마음에 페이스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점차 자리잡아가고 페이스북 안에서 맺어가는 관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나서는
페이스북에 심취하지는 않았지만, 적절한 순간순간에 페이스북을 활용하게 되었다.
처음 페이스북을 접하면서 느꼈던 그 당황스러움은 생각지도 못했던 정보들이 내게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본다.
그 전까지 인터넷세상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보다 쉽고 간편하고 빠르게 제공받는 곳이었다.
그러나 페이스북 이후에는 나와 엮인 사람들이 살아가고 영유하고 계획하는 여러 모습들을 공유하는 곳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정보의 메카에서 관계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제 3의 세계가 되어버린 것.
그러나 인터넷에서의 관계와 소통에는 적절성이 따른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무엇을 공개할 것인가?' 에 대한 각자의 정확한 기준선이 존재하길 바란다.
나는 공개에 대해 소극적인 편이다. 본문중의 한 구절처럼, 내 일생에 사소하지만은 않은 일들이 중요한 사람들에게
페이스북이나, 요즘 애용하는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등의 소셜프로그램으로 전달되길 원치 않기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 공유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비영리기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우리 기관은 매년 예산과 지출에 대한 회계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하며 회계의 투명성과
기관의 신뢰성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유사한 비영리기관 모두가 이같이 회계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관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차지하는 회계자료를 공개하고 게시하는 것은 그만큼 부담감이 따르는 행위인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같이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관에서는 이런 결정이 보다 쉬울 수도 있다. 반면 덩치 큰 몇대 기업, 무슨무슨 순위권 기업 등등 이러한 곳에서는 이러한 행위에 대한 생각조차도 시도하지 못할 만큼 부담감이 따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조직들이 트위터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다가오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소소한 팁을 전해주면서, 앞으로 그들이 나아갈 비전을 공유하고자 하면서 우리 사회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 나라의 대통령마저 트위터를 통해 안부를 물을 정도니...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기업과 조직들은 소통의 도구로 공유와 공개를 운영방침에 접목시키는 것 같다.
하지만 소통이라는 것은 쌍방이 동일수준의 정보와 동일수준의 문제의식 및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아직 공유경제, 공유사회, 공개의 진솔성 등은 일반인들의 기대치에는 한참 모자란 편이라고 생각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기업과 조직은 '무엇을 공개할 것인가?'를 넘어 한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은 '무엇을 공개하길 원하는가?', '무엇을 공개하였을 때 그들은 이롭게 할 수 있을까?' 까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또 한가지, 공유와 공개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의 프라이버시. 그것도 지키고 싶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프라이버시는 과거 개인의 문제였던 것 같지만, 요즘은 사회전체의 문제로 대두되어 버렸다.
유명 거대 온라인서비스 회사의 고객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둥 인터넷뱅킹서비스의 고객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둥..
우리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서 우리의 정보를 잘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개인 정보를 너무 쉽게 제공해 버리는 개인에게도 그 문제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다 현명하게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안전영역에서 인터넷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지각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타인과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