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이야기가 있는 우리역사 1
박한용 외 / 동녘 / 1996년 12월
평점 :
절판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예를 들어 신라말의 육두품 출신인, 능력있는 지식인의 대표인 최치원을 평가한 것을 살펴보자. 대다수의 사람들이 신라말의 신분계급체제인 골품제로 인해 최치원이 자신의 역량을 펴지 못하고 가야산으로 간, 시대를 잘못 타고난 지식인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 책은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동시대의 지식인들이 견훤이나 왕건 등을 도와 새로운 왕조를 창업하려고 노력하는 능동적인 자세를 지닌 반면, 이 남자 최치원은 그런 과감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은둔생활에 들어간 것이다. 이를 보고 '과단성을 보여주지 못한, 우유부단한 지식인'으로 말하고 있다. 최치원이 천재성을 갖춘 사람이란건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그런 천재성을 가진 사람임에도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돌연 느끼게 된다.

책의 곳곳에 옛 시가들이 보인다. 역신을 물리친 처용의 노래, 처용가나 청산별곡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노래며 시가들이 그 시대마다 나와서 나를 그 시대속으로 더욱 깊이 빠지게 한다. 서양의 것과 동양의 것을 약간이나마 비교하면서 구술하고 있는데, 로마를 창건한 늑대의 아이 로물루스(?)와 레물루스(?)를 이야기한후,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왕검이야기가 나온다. 또, 모세 집단의 이집트 탈출기를 말한후,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의 탈출기를 쓰고 있다.

고려말의 충신으로 널리 알려진 선죽교의 정몽주를 바라보는 시각도 보편적이지는 않다. 음--, (이 책을 저술할 당시에는)마이너적인 생각이었음이 분명할, 충신과 반역의 무리에 대한 정의를 묻고 있다. 백성을 위해서, '역사의 진보를 위해서 과연 누가 충신이고 누가 반역의 무리인가?'라는 질문에 어느 누가 정답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또 하나의 감탄은 이황/이이/조식을 비교한 것에서 나타나는데, 단 2페이지로 이 세명의 성격 등을 파악하게끔 한 그 비유실력이다. 과부재가금지법이 있던 시기에 20세의 청산과부 며느리를 재가시킨 이황, 외간남자와 정을 통한 젊은 과부를 관에 고발한 조식, 기생 유지와의 관계에서 보여준 이이의 행동으로 우리는 이들 세사람의 성향을 막연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예시보다 더 나를 감탄하게 했던 것은 이 세사람을 비유한 것이다. 이황을 담백하고 원만하고 넉넉한 물에 비유한 것이며, 조식을 예리하고 매서운 바람에 비유한 것에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이에 대해서는 이황-조식의 대립에 대해 알고 있는 것만큼 알지 못했기에 아직은 이해할수 없지만, '경포호수의 달같은 이이' 라는 묘사력만은 새로운 접근 방법인것 같다.

책 자체가 어렵지 않게 씌여져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고,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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