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그 변혁을 꿈꾼 사람들
신정일 지음 / 이학사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흔히 사람은 오늘에 이른 과정을 돌이켜 봄으로써, 현재와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현재는 과거로 부터 이어져 내려온 결과이며, 과거는 또한 현재를 있게 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역사란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며 그 대상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인간 삶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이다"라고 말한다. 과거는 과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재에서의 '의미'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라는 것의 의미는 고립한 현재에서가 아니라 과거와의 관계를 통해 분명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시시각각 현재가 미래에 의해 잠식됨에 따라, 과거는 그 모습을 새롭게 하고, 그 의미를 바꾸어 간다.

  그러나 역사는 항상 승리자의 기록이었고 승자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버린 실패한 사람들은 세상의 온갖 허물들을 뒤집어쓴 채 망각의 시간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유감스럽게도 현대의 새로움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과거를 보는 눈은 새로워지지 않고 있다. 과거를 보는 눈이 새로워지지 않는한, 현대의 새로움은 당연히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현상의 문제에 집착한 반면 현상을 발생시키는 본질은 상대적으로 무시되어왔다.

 이 책<한국사, 그 변혁을 꿈꾼 사람들>의 저자는 수 많은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면서 그들의 삶의 궤적들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들을 위한 여러 행사를 주관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면서, 동학농민군들을 위한 씻김굿, 지리산 빨치산과 토벌대들의 해원굿, 정여립 추모 해원굿, 김개남 장군 추모제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을 진행하면서 준비했던 것들이 이 책을 쓰게 되는 동기였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개념속에서의 주류는 대세, 다수, 노론사관과 일제식민사관의 파워 엘리트집단, 강력한 파벌 등을 의미하는 용어라고 볼 수 있는데, 역사 평론가 이덕일 선생님은 한국 사회에서의 주류는 '조선 후기 노론에서 시작해 한번도 기득권을 놓치지 않고 역사를 망친 세력들' 이라고 지적한다.

  '주류'의 사전적 정의는 '강의 원줄기가 되는 큰 흐름'이나 '어떤 사상이나 운동 따위 여러 갈래에서 으뜸이 되는 중심 갈래'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주류한 무엇인가? 인하대 최원식 교수는 '한 사회를 끌고 나가는 데 필요한, 많은 사람들이 합의하는 규칙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사회를 통합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계층'이라고 주류를 정의하고 있다.

  질곡 많았던 우리 역사 속에서 진정한 주류는 과연 누구인가? 저자는 변혁을 꿈꾸며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가 인간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고 역사 속에 묻혀 버린 사람들이 주류라고 이 책<한국사, 그 변혁을 꿈꾼 사람들>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에 가정이 없는 것처럼 사람의 한 생에도 가정은 없는 것이지만, 이 책속에서 나오는 그들이 좀더 오래 살아 새로운 개혁 사상과 정치 이념을 펼쳤더라면 세상은 눈부시게 변했을지도 모를 꿈을 꾼다. 그러나 사람을 귀히 여기고 백성을 한울처럼 섬겼던 그들의 죽음과 함께 그들이 시도했던 개혁 사상들은 깊숙한 역사의 바다 속에 영원의 형태로 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의 사상은 밟혀도 밟혀도 되살아나는 질경이처럼 살아남는다. 불태워져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그들이 남긴 글과 사상, 개혁 의지들이 입에서 입을 전해져, 그들의 뒤를 잇는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형태로 역사를 진전시켜 온 것이라 여긴다.

  역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보하는 과정이라고  전제한다면, 역사의 주류는 한 시대를 변혁하고자 한 꿈을 접은 채 크나큰 좌절과 절망 속에서 숨져 간 그들일 것이고, 우리는 그들을 자랑스럽게 역사 속에 주류, 그리고 선각자라고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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